◎미수교불구 기대넘는 신속조치/양국관계 정상화 촉진 일조할듯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도피했던 김영호 전 합참군사 연구실 자료과장을 국내로 연행해오는 과정에서 중국 당국이 적극 협조해준 사실이 한중관계 발전과 관련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와 아직 국교를 수립하지 않고 있고 사법공조 협정이나 범죄인 인도조약도 체결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 당국이 김씨를 연행하는데 이처럼 신속한 협조를 해준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사법공조 협정이나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는 우방들조차 범죄인 인도에 그처럼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것 이 외교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물론 외무부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 양국정부간 공식적인 협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며 이 문제에 관한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김씨가 홍콩에서 북경으로 출국한 사실이 우리측에 확인된뒤 우리 관계기관과 중국측 관계기관 사이에 긴밀한 협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의 관계기관은 우리측으로부터 협조요청을 받은뒤 김씨의 행적을 추적,김씨가 지난달 28일 북한과 중국의 국경지역인 단동에 갔다가 북경호텔에 돌아온 것을 파악,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측은 김씨에 대한 간단한 조사를 마친 뒤 우리측에 인도할 장소를 타진,우리측의 희망대로 아시아나항공 편이 운항하는 천진으로 데리고와 김씨를 우리측에 넘겼다는 것.
이같은 과정으로 미뤄볼때 이번 사안은 67년 우리 정부와 당시 서독정부 사이에 커다란 외교문제가 됐던 동백림사건과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당시 우리정부는 이 사건 관련 유학생들을 「자의에 의한 귀국조치」라고 발표했으나 서독정부가 당시 주권침해라며 엄중 항의했으며 이 문제로 양국관계가 상당기간 악화됐었다.
김씨의 연행과정에서 우리 관계당국과 중국 당국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로를 통해 협조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자세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와 중국은 양국 수도에 무역대표부를 교환설치하고 있는 상태이긴 하나 아직까지 이같은 비공식 협조사항에 대해서 자세히 공개하기 어려운 여건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중국측은 우리나라와 실질적인 수교상태까지 접근해 있으면서도 북한을 의식,우리 정부와 공식적인 관계 진전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측은 이번 사안처리 과정에서 우리측에 긴밀한 협조를 제공함으로써 우리나라와의 관계개선에 대한 중국측의 관심의 일단을 확인시켜 주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중국측은 우리나라가 지난 85년 서해상 중국 어뢰정 난동사건의 범인들을 중국측에 인도해준데 대해 상호주의원칙에 입각,대응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풀이도 있다. 또 김씨가 정치범이 아니라 거액의 부동산 사기사건에 관련된 파렴치범이라는 사실도 중국측이 협조를 제공하는데 부담을 덜어준 요인이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사안에서 중국측이 우리에게 보여준 협조와 「성의」는 양국 관계정상화를 앞당기는데 어느 정도 기여를 하리라는 전망이다.<이계성기자>이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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