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땅 사기사건의 진짜 핵심은 무엇인가. 세상에 알려진지 하루만에 피해액이 2백30억에서 4백73억으로 부풀어 올라 6공 최대의 금융사고로 일컬어진 이 충격적인 스캔들은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전직 합참간부가 도망쳤던 중국에서 극적으로 검거돼 돌아옴으로써 사건의 진상이 어떤 식으로든 곧 밝혀지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빙산의 일각」만으로도 돈과 부동산 관리의 대명사격인 굴지의 보험회사와 은행이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어처구니없게 사기에 휘말린 사건이라는 점에서,그것이 가능토록 부추긴 「배후」가 사건해결의 핵심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부가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고,사건수사도 서울지검 특수부에서 직접 맡기로 했다니,철저한 수사와 진상조사로 검은 배경의 정체를 속시원히 밝혀내는 길만이 사건을 매듭짓고 국민적 의혹마저 풀어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이번 사기사건은 여러모로 너무나 의혹투성이다. 첫째 제일생명이 6백억원이 넘는 엄청난 땅매입을 하면서 자금담당 상무가 사장몰래 땅주인인 국방부에 대한 당연한 확인절차도 없이 돈을 건네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군부대땅의 불하란 국법상 연고권이 있는 원소유자에게만 엄격한 감정절차를 거쳐 수의계약이 가능할뿐 여타 경우 공개 경쟁입찰이 상식이다. 더구나 정보사부지는 88년 이전계획이 새나오면서 사기사건이 끊이지 않아 구속된 사기범만 1백명이 넘는다지 않는가.
둘째 의혹은 중국에서 붙잡혀온 전 합참간부 김영호씨에 대한 것이다. 육사 18기 출신으로 대령 전역후 합참에 들어가 군관계시설과 토지관리의 숨은 실세로 오랫동안 그가 행세해왔고 사건이 터지자 국외 탈출마저 가능했던게 막강한 배후의 존재를 충분히 의심케 하는 것이다. 수배중인 다른 사기범 일당이 조속히 잡힌다해도 김씨의 배후에 대한 규명이 없이는 사건진상이 자칫 묻힐 수도 있는게 또 다른 걱정이다.
셋째로 거액예금에 대한 은행측의 허술한 관리문제도 제기된다 하겠다. 과거 명성·장영자 등 대형금융 부정사건에서도 제기된 문제지만 금융기관이 예금주의 압력 앞에 변칙·편법거래를 일삼아 온 풍토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은행의 대리가 개인 컴퓨터로 통장을 위조,불법 인출을 가능케했다는 보험회사 주장과 잘못이 없다는 은행측 주장이 맞물려 있어 책임 소재가 아직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거액의 예금이 흘러나가 돈세탁과정을 거쳐 사기범들의 수중에 들어간 것만은 확실하다.
또 군불하 및 불하 예정토지에 대한 국방당국의 불투명한 행정에도 문제가 있다. 평소 철저한 공정·공개 행정으로 임했다면 잇단 사기사건은 물론이고 굴지의 보험회사마저 비정상적 거래를 시도하다 속아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 아닌가.
정부당국은 철저 수사와 국방부 및 보험·은행에 대한 정밀진상조사로 이번 사건에 관련한 의혹과 검은 배후를 하루빨리 밝혀내고,사건의 재발을 막는 후속 조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정 불신이 팽배한 때에,이 사건에 대한 국민의 의혹이 증폭·확산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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