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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보다 일,발뺌 급급/「정신대문제」도서관문서 조사만으로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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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보다 일,발뺌 급급/「정신대문제」도서관문서 조사만으로 매듭

입력
1992.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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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집방법·위안부 숫자등 언급 없고/군관계자·피해자들 면담·중언외면【동경=문창재특파원】 한국출신 종군위안부문제의 진상을 해명하겠다던 일본 정부의 약속은 문제의 핵심을 비켜간 얼버무림으로 매듭지어졌다. 진상조사라면 당연히 군부대내의 위안소수와 국적별 위안부 수가 밝혀져야하고,한국인들이 가장 문제 삼는 강제연행여부가 해명돼야 한다. 그런데도 7개월동안 관계부처가 모두 동원됐다는 일본 정부조사 발표문은 『이른바 종군위안부문제에 정부의 관여가 있었음이 인정되었다』는 간단한 문장으로 결론지어졌을 뿐이다.

지난 1월 일본정부가 처음으로 국가권력의 관여를 인정했던 당시에 비해 중요한 새 사실을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에 발견됐다는 1백28건의 문서가운데 ▲일선 군지휘부가 위안소 개설필요성을 건의한 문서와 ▲위안부모집 담당자 인선을 적절히 해야한다는 문서가 나왔고 ▲위안소 운영규정이 있었다는 사실 ▲위안소 축조에 병력동원이 있었다는 사실▲위안소에서 군의가 성병을 정기적으로 검진했다는 사실 등은 이미 잘알려진 일이다. 새로운 사실이라면 ▲위안소 관계자들에게 해외도항증명서가 발급됐다는 사실과 ▲업자가 확보한 위안부를 선편으로 보내겠다는 내용의 전보문서가 발견됐다는 정도이다.

이는 국가권력이 관여됐음이 명확해진 이상 아무의미도 없는 지엽말단적 부수사실에 불과하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한반도 출신여성이 여자정신대로 끌려갔으며,이 가운데 몇명이 근로정신대요원으로 일했고 몇명이 종군위안부로 투입됐는가 하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수단으로 그들을 「모집」했으며,무장병력과 경찰의 위협아래 젖먹이를 떼어내고 사냥하듯이 끌고간 일이 있는지,있다면 그것이 어느 부처의 방침과 누구의 명령으로 이루어진 일인지를 밝혀내는 일이다. 또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생활을 했는지도 마땅히 규명해야한다.

지난 1월 한국을 방문한 미야자와(궁택희일)총리에게 노태우대통령이 진상조사를 요청했을때 미야자와 총리는 사죄의 말과 함께 성심성의껏 조사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이에따라 일본정부는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했지만 조사방법은 관련부처에 보관중인 자료찾기 뿐이었다. 진상조사라면 마땅히 자료조사와 함께 관계자증언 청취 위안소 현지조사 등 전모파악에 필요한 기본적인 수단이 따랐어야 옳다.

일본에는 아직도 옛 일본군으로 침략지에 투입됐던 장병들이 많이 살아있으며,한국 중국 대만 필리핀 등에는 피해당사자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도 일본정부는 그들로부터 한마디의 증언도 듣지 않았다.

직접면담이 아니라도 종군위안부문제에 관한 수많은 연구조사서적이나 고백록같은 출판물의 진위여부에 관한 조사도 있을 수 있다. 「나의 전쟁범죄­조선인 강제연행」등 2권의 고백록에 쓴 요시다 세이지(길전청치·78)씨 등은 일본정부로부터 내용의 사실여부에 관한 조회를 한번도 받은 일이 없다. 지난 3월 일본 사회당의원들이 그를 국회에 참고인으로 불러 직접 얘기를 들어보자고 요구했을때도 집권 자민당은 납득할만한 이유없이 거부했었다.

그뿐 아니라 총리부가 한국의 피해당사자들로부터 직접 청취한 탄원내용도 조사결과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지난 6월1일 일본정부를 상대로한 보상청구소송 첫 공판참석차 일본에 왔던 심미자씨 등이 일본정부에 탄원서를 내려하자 총리부 관계자들이 이들을 면담,귀중한 증언을 들었다.

6일 하오 기자회견에서 가토장관은 몇번씩이나 『이번 조사는 성심성의껏 했다』고 강조했다. 전모가 파악되지 않은 조사를 성심성의껏 했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정부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고 답변했다. 또 관계자의 증언 청취가 필요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문제가 있어 곤란했다』고 얼버무렸다.

종군위안부문제와 관련된 우려할 현상은 최근 일부 우익신문과 잡지에 요시다씨의 고백록이 허위라는 기사와 기고 및 조사보고서가 자주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요시다씨가 「위안부사냥」을 했다는 제주도 현지사람들의 부인을 근거로한 일부 매스컴의 보도성향은 정부관여사실을 부정하던 작년말까지의 일본정부태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볼수 있다.

또 한가지는 「보상을 원하는데 얼마면 되겠느냐」는 유의 귀찮다는 여론이다. 어서 받고싶은 금액을 말하라는 식의 이같은 반응은 문제해결을 더욱 꼬이게 할 뿐이며 극단적인 민주주의 의식에서 비롯된 우월감의 발로이다.

한국정부와 관계자 및 국민 모두는 이번일이 결코 보상을 받기위한 주장이 아니라,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인륜·인권의 문제임을 인식,더욱 의연히 대처해나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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