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사기극인가,배후가 있는 대형 사기극인가.정보사부지 매매 사기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은 6공 최대 금융사고로 꼽히는 이 사건을 땅 투기를 노린 대기업의 속성을 교묘하게 이용한 단순 사기극으로 보았었다.
경쟁사와의 사세 경쟁에서 이기려고 부동산을 이용한 재테크에 열을 올리던 제일생명은 부동산브로커인 정영진·박영기·정건중씨 등이 흘려준 정보사부지 매각정보에 홀딱 넘어갔다.
이들이 국방부와 연결된 정명우,합참 자료실장 김영호씨까지 선이 닿자 확신을 갖고 거액을 건네주는 대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그러나 6일 사기단에 속았다고 흥분하던 윤 상무가 자신의 회사측으로부터 20억원 배임혐의로 고발당하게 됐고 사기단 주범으로 알려졌던 정명우씨가 또다른 배후가 있음을 암시함에 사건은 단순 사기극이 아닐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제일생명은 사기에 걸려들어 계약예치금 2백30억원을 일당 정영진의 형 정덕현대리의 부정인출로 빼앗겼으므로 책임자인 국민은행이 피해액을 변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찰 조사결과 제일생명은 지난 1월과 4월 계약금 2백30억원과 중도금 4백30억원을 완불한 사실이 밝혀졌고 사기피해액도 4백73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계약타진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경찰은 정 대리의 2백30억원 인출과정을 명쾌히 밝혀내지 못한채 정 대리와 윤 상무의 상반된 진술에 혼란을 겪고 있다.
또 윤 상무가 오히려 사기단으로부터 20억원을 받아챙긴 사실을 회사측이 폭로하자 사건은 더욱 얽히고 설키는 양상이다.
제일생명은 무엇때문에 정 대리의 예금인출 사실을 안지 3개월이 지나서야 공개했으며 윤 상무의 배임사실을 이제서야 폭로했을까.
홍콩으로 도주했던 합참간부 김영호씨가 검거되고 검찰이 뒤늦게나마 전면 수사에 나섰으니 의혹부분은 어느 정도 풀리겠지만 부동산 투기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대기업의 고질병까지 고쳐지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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