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존속여부등 이견/「안보체제」 주도권 다툼/UR문제도 대립… 유럽 역학관계 변수로【파리=한기봉특파원】 서방선진 7개국 정상회담을 바로 앞두고 르몽드는 『부시는 유럽방문에서 유럽의 새질서에 대한 축하를 하지 않을것』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지난 5월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뒤마 프랑스 외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유럽주둔 미군문제에 대한 논란끝에 『프랑스는 미국을 찬성하는가,반대하는가』라는 직설적인 표현을 써가며 화를 낸것으로 보도됐다.
두나라 사이의 긴장관계는 드골대통령이후 오래된 것이지만 냉전종식 이후 더욱 표면화돼 최근 몇달 사이 상호불신의 단계로까지 접어들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위해 이번 G7회담전 부시 대통령의 프랑스방문이 전격 추진되었으나 결국 무산되고 회담 하루전인 5일 비공식 만찬으로 격하됐다.
이같은 미불관계의 냉각은 이번 뮌헨 G7회담에서 유럽질서개편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두 당사국은 물론,독일과 영국 등이 얽히는 복잡한 정치적 갈등국변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와 미국이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은 유럽안보문제를 비롯해 우루과이라운드((UR) 완성문제,유고 및 중동문제 등 여러가지이다. 여기에는 또 베이커와 뒤마장관간의 개인적 불화도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불화의 가장 큰 부분은 유럽안보체제에 대한 입장차이다. 프랑스는 유럽안보문제를 EC정치통합과정의 한 분야로 보고 유럽안보를 자체방어체제를 통해 확보하려는 시도로서 비슷한 입장인 독일과 함께 지난 5월 불독합동군단을 창설키로 합의했다. 이 합동군은 장차 유럽공동체의 안보기구인 WEU(서유럽동맹) 산하에 유럽합동군단으로 확대편성,이 동맹을 전 유럽안보의 중심기구로 삼기위한 것이다.
미국은 이에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미국은 나토를 존속시켜 유럽과의 정치,경제 및 안보유대를 강화하는 한편 유럽에서의 영향력을 잃지않고 러시아도 견제할 수 있는 효과를 얻고싶어한다. 따라서 불독합동군단은 걸프전과 소련붕괴이후 유일한 초강대국을 지향하는 미국에 유럽방위의 오랜 근간인 나토를 약화시키는 위협인 것이다.
영국은 미국의 유럽잔류를 통해 대륙의 강대국인 독일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독일은 이번 G7 회담에서 묘한 위치에 있다. 미국과 프랑스 양쪽 모두와 균형있는 관계를 유지해온 독일은 불독합동군단이 나토를 해치지 않을 것이며 만약의 경우에는 나토의 군사블록에서 탈퇴한 프랑스군대가 나토와 더 긴밀해 질 수 있는 길이 될수도 있을 것이라고 미국을 설득하고 있다.
독일은 또 주최국의 입장에서 미불간 악화된 관계를 조정,중재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프랑스의 입장은 분명하다. 좀더 강한 유럽,긴밀한 유럽을 건설하되 미국을 완전 배제하지는 않고 단지 역할을 축소시킨다는 것이다. 냉전시대의 산물인 나토가 냉전종식후에도 그대로 존속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프랑스의 생각이다.
양국은 안보문제외에 UR협상에서도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프랑스가 주도하고 있는 EC의 공동 농업정책의 보조금 삭감을 합의했지만 아직 충분치 못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프랑스는 미국이 프랑스 곡물의 대미수출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테랑과 부시대통령은 이번 G7회담에서 각각의 입장을 조정하려 노력할 것으로 보이나 양국관계는 근본적으로 유럽내에서의 미국연합에 대한 인식의 현격한 차이가 있는한 새로운 전기를 맞기는 어려울 것이다.
연내에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타결되면 유럽과 미국의 관계는 유럽안보 구도분야에 집중될 것이며 이와함께 공동방위정책을 다룰 유럽정치동맹문제도 본격 논의되게 된다.
결국 이번 G7회담은 현재 모색중인 유럽신질서가 어떤 방향으로,어떤 정치적 역학관계에 의해 어떻게 이뤄질 것인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그 핵심은 프랑스 및 독일과 미국의 관계설정에 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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