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잔고 「0」 확인해줬다”/국민은행/“정 대리가 도장위조 인출”/제일생명/전산자료 조사로 곧 판가름/책임소재 따라 엄청난 피해6공 최대의 부동산 사기사건으로 꼽히는 정보사부지 매입 사기사건은 2백30억원의 계약금 행방을 놓고 제일생명과 국민은행 사이의 금융기관간 공방전으로 비화됐다.
이번 사기사건은 지난 83년 은행대리가 예금주들에게 수기통장을 발급하고 예금을 빼돌린 명성사건 이후 가장 커다란 금융사고라는 점에서 금융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은 그러나 관련자가 일반 예금자가 아니라 또 다른 금융기관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경찰조사와 금융당국 검사를 통해 드러난 바로는 문제의 거액자금 2백30억원이 토지사기단의 수중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백30억원의 인출경위를 놓고 국민은행과 제일생명은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어느쪽 책임에 의해 넘어갔는지에 따라 책임소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어느쪽 주장이 옳은지 밝혀지는건 시간문제다. 최근 금융거래는 단돈 1원의 입출금이라도 전산자료로 입력되기 때문에 이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사실여부가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가장 핵심적인 쟁점대목은 2백30억원의 인출부분이다.
제일생명측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주장이고 국민은행에서 「제일생명이 미리 다 알고 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이 주장하는 자금의 실제 유통경로를 보면 곳곳에서 상충되는 것으로 드러난다.
▷91년말 거래◁
맨 처음 지난해 12월23일 토지계약 체결후 제일생명 윤성식상무 명의로 2백70억원을 국민은행 압구정 서지점에 입금한 사실은 양측이 일치한다.
그러나 제일생명은 이 통장에서 같은달 26일 1백50억만원을 인출,1백20억원이 남아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에 국민은행에선 입금한 날 이미 2백50억원이 정명우통장(석관동지점 발행)으로 이체됐고 20억원은 국민은행 정덕현대리의 동생인 정영진에게 수고비조로 전달됐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정명우는 같은달 26일 자신의 통장에서 2백50억원을 수표 14장으로 모두 인출,잔액이 1차로 「0」이 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 부분이 첫번째로 밝혀야 할 대목이다.
▷92년 1월 거래◁
92년 들어 제일생명이 돈을 다시 입금해 1백20억원,1백억원,30억원이 각각 든 통장 3개를 만들었다는 대목은 서로 일치한다. 다만 1백20억원짜리 통장에 대해 제일생명은 지난해 말 2백70억원 중에서 1백50억원을 찾고 남은 1백20억원으로 새통장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국민은행은 당초 1백20억원짜리 통장이 없었으므로 전혀 새로 만든 통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1월 거래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 3개 통장의 예금인출이다. 제일생명은 3개 통장의 2백50억원중 1월22일 1백20억원짜리 통장에서 20억원만을 꺼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잔액이 2백30억원 있다는 주장.
국민은행은 이에 대해 2백50억원이 1월7일부터 25일 사이 9차레에 걸쳐 모두 인출됐다고 밝히고 있다. 예금잔액이 하나도 없다는 주장이다. 국민은행은 이를 정 대리가 미리 받아놓은 예금청구서에 의해 동생 정씨에게 넘겨줬다고 밝히고 있다. 제일생명은 이에 대해 정 대리가 도장을 위조,불법인출했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2월 이후◁
제일생명은 매달 2백30억원의 예금잔고가 있다는 증명서를 정 대리로부터 받았다. 3월초에는 PC 통장도 받았다. 그런데 6월말 확인해보니 잔고가 「0」이더라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이미 제일생명이 2월1일 잔고가 「0」임을 확인했으며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자금흐름을 보면 서로 주장하는 바가 명백히 다르므로 수표추적 입출금전표조사 전산자료검사 등을 통해 사실여부를 충분히 가릴 수 있는 것들이다. 전산화에 따라 그대로 남아있는 금융거래 흔적이 두 금융기관의 주장중 어느쪽이 사실인지를 상당부분 판정해 줄 것으로 보인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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