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반복하는 것인가. 경제대국인 일본이 세계질서의 재편속에서 빠른 변신을 거듭한 끝에 재빨리 군사·정치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 미야자와(궁택희일)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승격문제가 제기됐다는 외신보도에 섬뜩해진다. ◆8·15 해방이된 직후,나라되찾은 감격이 채 가시기도전 우리사회에는 이런 동요가 널리 퍼졌다고 한다. 『소련에 속지말고,미국 믿지말라. 일본놈 일어난다. 조선사람 조심하자』 바로 이 동요처럼 일본은 패전의 잿더미에서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됐다. 얼마전에는 유엔평화유지 협력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자위대 해외파병의 길을 텄고,이제는 유엔의 안보리 상임이사국자리까지 넘보게 됐다. ◆1일의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야자와 총리가 『일본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될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선언한 것은 일본의 정치대국화 의도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이에 대한 부시 미 대통령의 반응도 기본적으로 일본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이런 자세 실망을 감추기 어렵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은 오는 6∼8일 뮌헨에서 열리는 G7(서방선진 7개국) 정상회담에 앞서 양국간의 입장을 조율하기 위한 사전모임의 성격이 강했다. 따라서 G7 정상회담에서도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승격문제가 거론될 공산이 커졌다. ◆일본은 56년 유엔이 가입한 이래 지금까지 일곱번이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됐다. 그 뿐 아니라 유엔 분담금도 92년에 12억달러(12%)를 지출,미국 다음가는 유엔의 스폰서다. 이쯤되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될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것이 일본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일본이 아직까지 부족한 것은 이웃 아시아 제국으로 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일제침략사를 철저히 반성하는데서부터 「신뢰」가 생긴다는 사실을 일본은 똑똑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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