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굴지보험사 휘말린 과정 “어수룩”/「정보사 땅 사기극」의 의문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굴지보험사 휘말린 과정 “어수룩”/「정보사 땅 사기극」의 의문점

입력
1992.07.06 00:00
0 0

◎자금관리 브로커 일임 납득안가/입금액 인출 인지시점도 불분명/시각따라 사건본질 큰 차… 배후규명 등 관건서울 서초구 정보사부지 사기사건은 사건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의문점도 늘어나고 있다.

우선 무엇보다도 막강한 정보력과 조사기능,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는 국내 굴지의 대형 보험회사가 토지사기단에 걸려든 과정이 너무 어수룩하다는 점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제일생명측의 주장대로라면 제일생명은 토지 브로커들의 말만 믿고 신원조차 확실치 않은 자칭 「군고위 관계자」 정명우씨와 만나 6백억원이 넘는 계약을 체결하고 이중 2백50억원을 계약금으로 선뜻 지불했으며 이 자금의 관리를 전적으로 브로커인 정영진씨에게 일임한 것으로 되어 있다.

지난 6개월동안 토지 사기단과 접촉해온 제일생명 윤성식상무는 이에 대해 『정씨 등 사기단들이 정보사땅의 매입계약을 권하기전부터 사옥부지 대상으로 선정해두었던 대치동땅에 대한 문제점을 미리 귀띔해주는 등 강남일대 부동산에 대한 정확한 고급정보를 꾸준히 제공해 상당한 신뢰관계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윤 상무는 또 이들이 정명우와 전 합참 군사자료과장 김영호씨와의 매매계약서 및 정명우씨와 정보사부대장과 작성한 합의각서를 제시하는 등 믿을만한 증거물을 제시한데다 나중에 김영호씨가 실존 인물임을 확인하고는 믿을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로부터 받아본 매매계약서나 합의각서에는 국방부장관의 직인도 아닌 당사자의 고문인 밖에 찍혀있지 않았는데도 제일생명의 부동산 관리전문가인 윤 상무가 이 위조서류만을 선뜻 믿고 돈을 건네준 점은 석연치 않은 일이다.

이에 따라 수사당국은 토지사기단이 김영호씨나 정명우 이외의 또다른 유력인사를 내세워 확신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제3의 배후를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제일생명측이 2백30억원의 인출사실을 언제 알았느냐는 것도 명확지 않다.

제일생명측은 이에 대해 지난 5월초에 김영호씨를 만났을 때 김씨가 『93년 6월까지는 소유권 등기가 어렵겠다』는 등을 말을 해 이때부터 『계약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었던 차에 지난달 25일 김씨의 사기사건이 알려지자 황급히 국민은행측에 확인,인출사실을 알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은행 정덕현대리는 『지난 1월13일∼18일 9차례에 걸쳐 2백30억원을 인출하는 과정에서 제일생명측이 이를 몰랐을리 없다』며 『지난 3월에는 제일생명의 모부장이 회계정리를 위해 필요하니 예금인출내역이 기록되지 않은 가짜통장이라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도 제일생명측은 정 대리에게 법인 명의의 예금청구서 30장을 맡긴 적이 없다는 등 곳곳에서 정 대리의 주장과 어긋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은 어느측의 시각으로 보는가에 따라 전혀 모습을 달리한다.

제일생명측의 시각으로 보자면 정 대리가 동생 정영진씨를 비롯한 전문토지사기단과 결탁,치밀한 계획으로 사기를 저질렀다는 것이며 정 대리측 주장에서 보면 제일생명의 소수 임직원들이 극비리에 토지브로커들과 접촉,토지매입을 추진하다가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자 뒤늦게 자신과 은행을 싸잡아 걸고 넘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양측의 주장 차이는 앞으로 자금 추적,사기관련자들의 검거로 진상이 가려지겠지만 토지사기단에 제일생명이 걸려든 동기와 제3의 배후설이 명쾌하게 규명되지 않는한 이 사건에 대한 의혹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원일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