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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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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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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 논리로 따지자면 덩치만 크다고 기업이 잘되고 값나가는게 아니라 내실이 문제이다. GM은 종업원 75만,연간 매출 1천2백40억달러의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이지만 최근 경쟁력 상실과 불황여파로 국제시장에서 수모를 당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GM의 시장평가액이 2백20억달러에 불과,종업원 및 연간 매출규모에서 70분의 1도 못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메이커인 마이크로소프트사 수준으로 곤두박질했다고 한다. ◆전문성과 장래성이 확보된 가운데 남다른 창의로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유망 전문기업이 덩치만 큰 관록파 대기업을 도태시키는 것을 놓고 일찍이 경제학자 요제프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창조적 파괴원리」라고 정의한바 있다. 거대한 GM의 아성이 흔들리는 사이 전후 자전거에 모터를 달아 팔던 영세한 혼다사나 방직기계 제조에서 자동차 전문업종으로 변신한 도요타사가 오늘날 세계를 석권하고 있음이 그 좋은 보기가 된다. ◆때마침 상공부가 여론 및 기존 업계의 반발을 무시한채 삼성의 상용차 생산참여를 기술개발 촉진과 앞으로의 수요대응 등을 명분으로 허용했다. 그런데 우리 자동차공업을 되돌아보면 부품·기술 전면도입의 조립단계에서 시작,국산화비율 높이기­독자 디자인 및 엔진 제조능력 확보에 이르는데 20년 이상이 걸린 것을 알 수 있다. 전문업종의 타사들이 땀흘려 세계에 발돋움하려는 이때 일본 닛산의 기술·부품을 도입해 상용차를 옛날처럼 단순 조립케 하는게 어째서 기술개발 촉진이 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또 대기업그룹이라해서 전문기업보다 기술력과 경쟁력을 더 갖출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슘페터의 원리로도 논리에 무리가 있다. 재벌그룹의 업종을 줄여 전문화를 유도하겠다고 거듭 다짐해온 당국이 조업을 부분 중단하고 있다는 기존 상용차 제조업체마저 외면하고 공청회 등 여론수렴절차나 정확한 실태조사 및 수요분석없이 서둘러 허용결정을 내린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자동차는 그 나라산업의 상징이자 견인역이다. 정권말기에 정치적 오해마저 받고 있는 이번 결정이 우리 자동차업계에 태풍을 몰고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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