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선 “협상주도권 싼 힘겨루기” 낙관분석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정정이 폭발직전의 극한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2일 프레데릭 데 클레르크 남아공대통령이 반정부 흑인단체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국가권력을 탈취하려 기도하고 있다고 강력 비난한데 이어 넬슨 만델라 ANC의장이 3일 정부측의 민주화협상 재개요청을 다시 단호히 거부함으로써 남아공정국은 지난 90년 ANC합법화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있다.
정부와 ANC 등 흑인세력간의 마찰은 표면상 「보이파통 학살사건」의 진상규명 방법론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에서 비롯됐다.
ANC와 그 제휴세력인 남아공 공산당,노조연합은 지난 6월17일 수도 요하네스버그 교외 보이파통지역에서 발생한 흑인 43명 집단살해사건을 보안군의 사주에 의한 것으로 보고 진상조사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유엔이나 제3국에게 사건규명을 의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반면 데 클레르크대통령은 ANC의 이같은 주장을 「주권포기행위」라고 맹비난하고 국내문제에 대한 외세의 개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작 양측간 반목의 이면엔 보다 고단수의 정치적 「힘겨룸」이 도사리고 있다. 즉 흑백간 권력이양 시기와 모양새를 놓고 펼쳐지는 주도권 싸움의 일단면이라는 시각이다.
지난 3월 실시된 국민투표를 통해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페지와 제도권 정치참여의 발판을 구축한 흑인세력은 사실상 권력장악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확신하고 이를 앞당기기위한 정치적 행보를 재촉하려 하고 있다.
이런 사실은 만델라 의장이 행한 대정부 경고발언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민주화)협상 주도권은 어디까지나 ANC가 쥐고있다』면서 『데 클레르크 정권이 끝내 타협을 외면할 경우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거국적으로 힘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보다 앞서 그는 보이파통사건에 대한 국제적 차원의 진상조사 및 관련자 처벌 등 10개항의 요구사항을 정부에 제시하고 이를 수용치 않을 경우 모든 협상을 거부함은 물론 오는 8월부터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를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같은 ANC의 압력에 대해 데 클레르크 대통령은 지난 2일 전례없이 강력한 비난발언과 함께 『정부는 국가가 무정부 상태로 빠져드는 것을 막기위해 주저없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것』이라고 맞서 한발의 양보도 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데 클레크르크의 초강경선회는 국민투표의 승리는 통해 일단 장악한 자신의 정국주도권을 「수혜자」인 ANC측이 가로채려 하는데에 대한 반발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또한 지난 31백년간 인종차별정책으로 기득권을 유지해온 백인 극우보수파의 압력에도 직면하고 있다.
이렇게 사면초가 처한데 클레르크는 적어도 극우 백인들이라도 자신의 지지세력으로 붙잡아 놓기위해 필연적으로 강경선회란 극약처방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경색된 남아공정국에 돌파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부트로스 갈리 유엔사무총장은 사태 해결의 중재역을 자임하고 오는 10일에 남아공을 방문할 예정이고 아프리카기구(OAU)도 양측의 원만한 협상재개를 위해 외교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해결의 관건은 데 클레르크와 만델라의 향후 행보에 귀착된다.
둘은 일단 손을 맞잡고 아파르트헤이트 철폐 등 민주화 장정에 함께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이번 난관으로 둘사이의 공조체제가 완전히 무너진반면 남아공의 해묵은 인종갈등은 종착점을 찾지 못하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김영걸기자>김영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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