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억 쉽게 입금 납득안가/거액 행방도 집중 추적/출국 전 합참간부 “관련” 수사말썽이 잇따랐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정보사령부 부지를 둘러싸고 2백30억원의 사기극이 벌여졌다. 이 땅을 사려했던 (주)제일생명이 국민은행 압구정동지점에 2백50억원을 맡겼다가 이 지점 대리 정덕현씨(37·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와 부동산소개업자인 동생 영진씨(31·서울 송파구 잠실동 19),부동산브로커 정명우씨 등에게 떼인 사건은 사기수법이 갈수록 지능화하고 교묘해졌음을 보여준다.
▷수사◁
검찰과 경찰은 이번 사건이 제일생명이 정보사 부지를 사옥부지로 매입하려는 과정에서 은행대리 정씨와 토지브로커 등에 의해 사기를 당한 것으로 보고 정씨 형제와 돈의 행방에 대해 집중 수사를 펴고 있다.
검경은 이 과정에서 군 고위관계자를 사칭한 「정명우」 또는 제3의 인물 등이 개입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일생명 윤성식상무(51)는 경찰에서 『지난해 12월23일 부동산소개업체인 성무건설 회장 정건중씨(50)의 사무실에서 정씨와 국방부 고위관계자를 사칭한 정명우씨 등을 만나 사옥건립용 부지 매매계약을 체결,계약금을 국민은행 압구정동지점에 입금하고 중도금과 잔금은 어음으로 지급키로 약정했다』고 진술했다.
제일생명측은 대표 하영기씨와 윤 상무 명의의 통장에 지난 1월7일과 13일 두차례에 2백50억원을 입금시켰다는 것.
제일생명 윤 상무는 이 과정에서 정명우씨로부터 소개받은 부동산 중개업자인 성무건설 대표 정영진씨(31)의 형인 국민은행 대리 정덕현씨(37)에게 동생이 예금인출을 요구해오면 지급해 주라며 법인인감이 날인된 예금청구서 30장을 함께 맡겼다고 밝혔다.
제일생명측은 그러나 정 대리가 법인인감이 아닌 윤 상무 개인인감을 위조해 2백30억원을 몰래 빼내 동생에게 건네줬다며 정 대리를 경찰에 고소했다.
검찰과 경찰은 이번사건이 군고위 관계자를 사칭한 「정명우」라는 인물이 홍콩으로 달아난 김영호 전 합참간부와 정보사부지중 3천평의 매매계약을 맺은 뒤 이를 제일생명측에 6백30억원에 되팔려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으로 그중 제일생명이 계약금조로 지급한 2백30억원을 정영진씨와 김씨 등이 정 대리를 통해 인출해 빼돌린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검찰과 경찰은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이 최근 정보사 부지를 알선해 주겠다며 기업 및 민간인들로부터 50여억원을 받아 챙긴 뒤 홍콩으로 달아난 전 합참군사연구실 군사자금과장 김영호씨의 관련여부도 캐고 있다.
이에 따라 군수사기관과 검경은 김씨와 정영진씨 등의 배후에 전문브로커들이 다수 개입돼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수사기관은 특히 제일생명이 신원이 불확실한 정명우씨의 말을 믿고 6백30억원에 계약을 체결한 점과 거액의 계약금을 선뜻 은행에 입금한 사실을 중시,정씨외에 유력인사들이 개입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범인주변◁
달아난 정영진씨는 부인 김모씨와 딸(5)과 함께 서초구 서초동 1057의 26 두원빌라에 살고 있으며 부인 김씨는 『지난 5월29일 낮에 잠깐 집에 들렀다 나간 뒤 소식이 끊겼다』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 3월3일 부인 명의로 60평짜리 이 빌라를 3억8천만원에 구입하고 평소 그랜저V6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등 초호화판 생활을 해왔으나 부인 조차도 정씨의 정확한 직업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는 것.
경찰조사결과 정씨는 아직까지 국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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