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7월4일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었을때의 경악과 흥분과 감격을 잊을 수가 없다. 이념적 대립과 함께 북한의 남침에 따른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적대감이 팽배했던 남북한이 분단 27년만에 조국통일의 원칙을 설정하고 대화개시에 합의한 것은 역사적인 사건에 틀림없었다. 그로부터 20년,남북관계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대립과 긴장과 유화분위기가 되풀이되고 대화의 단속과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외형상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게 사실이나 통일을 위한 실질적인 성과와 변화는 없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토록 흥분하고 기대를 걸었던 국민들에게 언제까지 실망과 좌절감을 안겨줄것인지 오늘의 남북상황은 안타깝기만 하다.물론 지난 20여년간 남북간에 정치 경제 체육 적십자 등 각 분야에 걸친 회담과 고향방문 예술단교환 스포츠 교환경기,그리고 국제대회에 단일팀 출전 등은 분명 성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7·4성명이라는 「대합의」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은 최대의 요인은 철저한 상호불신경계심과 일방적인 성명정신 파기불이행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함께 남북의 집권세력이 그동안 기득권 확보와 관련,관계개선과 통일노력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점도 지적되어야할 것이다.
7·4성명 발표후 북한의 행태는 우리에게 의구심을 더해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성명발표 직후부터 남침용땅굴을 파고 무장간첩 남파와 판문점 도끼만행을 자행했으며 금지하기로한 상호비방 방송을 3개월만에 재개하는 등 성명정신 파기를 일삼았던 것이다.
올봄에 발효된 기본합의서만 해도 그렇다. 김은 『제2의 7·4성명으로 화해와 통일의 초석이 될것』이라고 치켜세웠으나 한편에서는 남한당국의 항복문서라는 등 여전한 선동교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남북간 신뢰가 조성되고 또 북한측의 성실성을 인정할 수 있겠는가.
여기서 우리는 국제적 대의와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을 김부자에게 되풀이 충고하고자 한다. 최근 미국이 러시아 및 일본과의 정상회담에서 남북한의 핵상호사찰의 실현에 합의한 것,또 유럽공동시장(EC) 12개 회원국이 핵상호사찰을 북한과의 관계개선의 전제조건으로 천명한 것을 상기하고 싶다. 남북 상호사찰없이는 외부와의 어떤협력이나 교류도 할 수 없음을 북한은 알아야한다.
이제 북한은 20년전 온겨레에게 희망을 주었던 7·4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더이상의 망상을 떨쳐버리고 상호핵사찰로 북한의 평화의지를 공인받은 일을 서둘러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떳떳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주변국과 협력할 수 있고 남한과도 경계와 경쟁대상이 아닌 협력의 대상으로 공존공영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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