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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수난/이유식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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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수난/이유식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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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부터 2박3일로 경주의 특급호텔에서 하계 학술대회를 갖는 A학회는 얼마전 여야 3당의 대통령후보에게 일제히 공문형식의 초청장을 보내왔다. 행사에 참석,자리를 빛내달라는 의례적 인사와 함께 수천만원에 이르는 경비내역이 첨부돼 있었다.정치권에 발언권이 강한 이 학회의 요청에 따라 3당 후보는 이틀에 걸쳐 차례로 1백여명의 참석자들과 오찬·만찬을 갖는 일정을 서둘러 마련했다.

또한 후보들은 3백만∼4백만원에 달하는 식사비용을 준비했으며 일부는 별도로 후원금까지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모당은 특정기업을 전체행사의 스폰서로 알선하기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그래도 이 경우는 학술행사를 지원한다는 명분이 있고 주제도 후보들과 국민들의 관심을 끌만한 14대 총선·대선의 분석과 전망에 관한 것이어서 나름대로 이해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최근 각당 후보들에게 쇄도하는 각종 행사참석 및 면담요청,간담회 초청내용을 들여다 보노라면 참으로 낭패감을 느낄 때가 많다. 이중엔 물론 공익적 성격의 단체가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후보들과의 토론회를 요청하는 것이나 노조 등 직능·이익단체가 자신들의 주장을 공약에 반영시키려는 비교적 순수한 성격의 「후보와의 대화」도 적지 않다.

그러나 상당부분은 후보들이 갈수록 표에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약점에 편승,간담회 명목으로 공공연히 손을 벌리거나 조직 내부갈등을 호도하기 위해 후보들을 이용하는 사례까지 눈에 띄고 있다.

6월초 사회교육계의 한 단체가 예정에도 없던 정기총회를 열어 김영삼대표를 참석케한 것은 후자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며 「XX 낙시회」 등이 정기총회를 갖는다고 초청장을 보내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얘기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후보진영은 이들이 회원수를 들이대면 섭섭히 대할 수 없어 후보가 꼭 참석해야 할 행사를 선별하느라 골머리를 앓는다는 푸념이다. 비록 사회 일부에 국한된 얘기라고 하더라도 겉으로는 기존 정치문화를 개탄하면서 속으로는 정치인을 「봉으로 생각」하는 풍조가 깔려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이른다.

이런 풍조는 공정한 선거풍토 조성은 물론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정치인과 유권자 모두가 뛰어 넘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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