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직접 통상문제 끄집어내 해결 촉구/북한 핵·북방 4도 문제 등 상당수준 접근【워싱턴=정일화특파원】 미야자와 일본 총리의 미국방문은 후냉전시대(Post Coldwar)의 미일관계 정립을 위한 양국입장이 얼마나 날카롭게 대립되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지난달 30일 워싱턴에 도착해 베이커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 고위관리들을 만난후 1일 부시 대통령과 약 50분에 걸친 정상회담을 가진 미야자와 총리는 회담후 백악관에서 아주 짤막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은 『일본은 미국과 손에 손을 잡고 보다 큰 역할과 책임을 맡으면서 세계적 동반자(Global Partnership) 역할을 해나갈 것』을 강조했다.
그는 이를위해 일본경제를 조속한 시일내에 침체로부터 회복시키고 그 힘을 세계 경제성장에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부시 미 대통령은 외국원수를 맞는 꽤 예의를 갖출만한 정상회담에서 일본에 대해 구체적인 통상문제를 끄집어내 이것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 회담후 성명서 발표형식으로 이날 회담의 결과를 요약하면서 『미국은 지난 6개월간 줄곧 노력해 왔고 또 앞으로 그 성취를 위해 노력할 무역문제를 미야자와 총리에게 분명히 말했다』면서 일본시장 개방문제를 열거했다.
그는 일본의 90억달러 컴퓨터시장,2백70억달러 규모의 종이시장에 대한 미국상품 진출에 상당한 합의를 얻어냈으나 계속 이것이 잘 전전될 것인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시장,반도체시장 등을 더 개방해야하며 슈퍼 콜라이더(Super Collider) 시설에 대한 일본 참여문제,그리고 보다 더 자유로운 무역을 막고 있는 여러 구조적 장애물들을 부수는 일을 미국은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야자와 총리는 부시 대통령의 세계적 리더십을 칭찬하면서 국내 경제문제에서도 보호무역주의 경향을 거부하고 자유무역주의를 견지하려고 노력하는데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서도 부시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는 『세계의 건전한 경제풍토에 구멍을 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반대해야하나 동시에 모든 무역은 절대적으로 공정해야 하며 또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해 일본 무역제도의 개선을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일 관계가 기본적으로 3가지 가치관,즉 ⓛ자유시장 경제체제 ②정치적 민주주의 및 ③세계평화와 안전을 위한 상호 이해위에 세워진 것이라면서 이 원칙이 위협당하면 양국 유대에 중대한 결과가 올 것임을 강조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의 보수주의적 저명 연구기관인 헤리티지재단은 「일본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공개논문을 발표하면서 『부시 대통령은 계열사 생산조직,근친상간적 유통체제를 갖고 있으면서 사실상 배타적 무역체제를 갖고 있는 일본 경제구조와 자민당 1당 정치아래 진정한 복수정당체제를 성장시키지 못하고 있는 일본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고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부시 대통령은 일본이 갖고 있는 제한적 자유경쟁체제,제한적 정당정치체제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내국 지식인들 사이에 팽배해 가고 있는 일본 개조론에 비춰보면 부시의 이같은 가치관 언급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부시·미야자와 회담에서는 북한 핵개발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문제,태평양지역 미군 잔류문제 등에 합의했거나 보다 진전된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발표됐다.
미야자와 총리가 북방 4도문제를 성명발표의 첫째 문제로 언급한 것은 특기할만한 일의 하나였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북방 4도문제에 대해 일본의 입장을 지지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말했다. 2차대전중 소련군이 점령해 현재 상당한 군사시설까지 들어있는 이 북방 4도는 바로 일본의 코앞에 있는 빼앗긴 점령지이기 때문에 그동안 소련에 대해 끈질기게 반환을 요청해 왔었다.
이 북방 4도의 반환문제는 일본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한데 미·러시아간에는 『일본이 구 소련에 대해 충분한 원조를 한다면 러시아는 이의 반환을 고려할 것』이라든지 『먼저 이 섬을 돌려주면 지원을 하겠다』는 등의 설왕설래가 있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은 이 문제해결을 위해 미국이 개입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만일 현재 미 의회에 계류중인 구 소련지원을 위한 「자유지원법」(Act of freedom support)이 가동해 미국의 구 소련지원이 본격화된다면 아마도 미국은 북방 4도 반환문제에 대한 지대한 중재역할을 할 수 있게 될지 모른다.
그 경우 미국의 일본에 대한 리더십이 확고해질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제3의 문제해결을 위한 미일관계 정립은 그 진전을 아무도 예측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시·미야자와 회담에 참석한후 워싱턴의 외신기자들에게 회담내용을 별도로 브리핑한 하나부사 일 외무성 대변인은 이 정상회담서 미야자와 총리가 『통역이나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영어로 얘기한 것』을 강조했다. 『일본은 미국과 손에 손을 잡고 세계적 동역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미야자와 성명과 맞물려 들어가는 점이 있는듯 했다.
미국이나 일본은 모두 심한 경제침체에 빠져 있다. 서로 불리한 입장에서 다뤄지는 「후냉전시대의 미일관계정립」의 결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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