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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난폭자/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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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난폭자/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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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를 직접 운전한다는 한 시민이 전화를 걸어왔다. 택시운전사에게 분한 꼴을 당했다는 이 시민은 대단히 노해 있었다.하소연인즉 이렇다. 30일 하오 5시쯤이라 했다. 종로구청앞에서 무교동으로 빠지는 왕복 2차선도로를 따라 가다가 종로 대간선도로와 만나는 4거리 못미쳐서 세종로쪽으로 우회전하려 했다. 중앙장의사 부근 횡단보도앞에서 적신호에 걸렸다.

횡단보도에는 행인들이 떼지어 건너갔다. 곧이어 횡단보도 신호등은 청신호가 적신호로 바뀌었지만,노인과 어린이들이 여전히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선 택시운전사가 경적을 울리며 차를 횡단보도 앞쪽으로 빼라고 손짓까지 하며 아우성을 치더라는 것이다. 4거리에는 아직도 적신호이고 횡단보도에는 노약자들이 길을 건너는 중인데 어찌 차를 빼란 말인가. 행인들이 다 건너간 후에야 차를 앞으로 빼줬다.

그랬더니 험상궂게 생긴 택시운전사는 눈을 부라리며 입에 담기 민망한 욕설을 퍼붓고 가더라는 것이다.

『내가 정말 잘못하거냐』고 이 시민은 거듭거듭 물었다. 그는 또 오늘(1일)부터 불법영업 택시를 엄벌하는 교통법규가 시행되고,단속도 한다는데 「무례·폭언·난폭한 행동 그리고 타인에게까지 탈법운전을 강요하는 거리의 난폭자인 못된 택시운전사들도 정말 단속을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 시민이 당한 것과 같은 택시운전사의 횡포가 어디 이뿐이겠는가. 승차거부·부당요금 요구·장기정차·호객행위·난폭운전 등 명백한 불법영업행위는 차라리 낫다.

참다 못하면 신고라도해서 처벌을 받게 할 수 있는 법이 보호해주는 길이라도 있으니까. 하지만 어쩌다가 요행으로 탄 택시가 「따불」 또는 「따따불」을 외치는 승객이라도 만나게 되는 날은 먼저 탄 승객은 「재수없는 물건」 취급을 당해야 한다. 당신때문에 2∼4배 돈을 낼 승객을 놓쳤다는 운전사의 언행은 듣기 힘들만큼 노골적이다. 인격을 모독하기까지 한다.

왕복 양차선의 지선도로에서 택시는 합승승객만 봤다하면 어디서나 상관없이 급정거한다. 뒤따르는 일반 운전자는 방심하면 들이받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택시는 택시운전사의 「승낙」없이 함부로 탔다가는 큰코 다치는,세계에서 둘도 없는 괴물 교통수단으로까지 변모하고 있다. 그래서 승객들은 어쩌다가 택시를 혼자 타게되면 운전사의 눈치부터 살핀다. 비위를 맞춰야 한다. 부녀자들은 웬만한 거스름 돈을 받을 엄두도 못낸다. 택시운전사들의 이러한 횡포야말로 불법운행과 탈법영업행위 보다 승객들을 훨씬 겁먹게 한다. 억울함을 호소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신고해봐도 경찰이나 행정당국 또한 처벌은 커녕,신고자를 되레 우습게 여긴다. 지금 우리사회는 어쩌다가 이런 세상이 돼버린 것이다.

물론 전국의 회사택시 7만9천6백여대를 모는 14만6천3백여 운전사와 9만2천여 개인택시 운전사 모두가 하나같이 「거리의 난폭자」일리야 있겠는가. 일당벌이가 빠듯한 고달픈 삶속에서도 심장병어린이 수술비를 지원하는 「사랑실은 교통봉사대」같은 착한 「택시기사」들이 훨씬 많다.

「난폭운전사」야 어물전의 꼴두기정도일 게다. 그런데 그 일부인 못된 운전사들이 「전체 택시기사」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들을 뿌리뽑는 일은 경찰이나 당국의 단속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택시노련」을 비롯한 전체 택시기사들의 자정노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택시가 택시답도록 하는 운동」을 「택시기사」들이 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한다. 그래야만 「모범택시」든 「고급택시」든,새 제도의 도입이 환영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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