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국민의 공복이자 입법권자로서 모범적으로 법규를 준수해야 할 국회의원,그중에서도 초선의원 상당수가 마땅히 해야 할 재산등록을 기피한 것은 중대한 위법행위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먼저 입법부의 기관장인 국회의장에게 재산등록을 기피한 의원들의 명단을 즉각 공개하는 한편 국회가 정상화되는대로 이들을 관계법규에 따라 국회윤리위원회에 회부하여 징계조치 할 것을 요구한다.공직자 윤리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임기개시 1개월이내에 재산상황을 국회사무처에 등록케 되어 있다(법 5조). 그럼에도 신규등록 대상자인 초선의원 1백48명중 마감날까지 25%인 37명만이 등록하고 나머지 1백9명이 이를 기피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14대 국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큰 이때 대다수의 초선의원들이 임기 벽두부터 당연한 의무를 외면한채 버젓이 탈법을 자행한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 할 수 있다. 등록을 기피한 의원들은 지난 총선에서 수백수천번씩 「정치의 도덕성」과 「깨끗한 정치구현」을 역설하고 다짐했었고 또 바로 엊그제 개원국회에서 「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앞에 엄숙히 선서했던 장본인들이다.
현행 공직자 윤리법은 법 제1조에 명시된대로 공직자의 부정행위를 막고 깨끗한 공직사회를 구현하며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 책임을 다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이 국회의원들에게는 바른 몸가짐과 깨끗한 정치풍토 구현을 위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 별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장식용에 불과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 까닭의 첫째는 등록재산 및 변동상황에 대한 엄격한 실사처벌장치가 없다시피 한 것이다.
미·영·불의 경우 행정·입법·사법 등 각 부마다 엄격한 감사기구를 두어 공직재임중 단 1달러라도 탈세와 재산은닉 및 허위신고 여부를 가려 가차없는 엄벌주의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의 국회도 공직자 윤리위원회를 구성,재산은닉과 허위여부를 심사하고 발견했을 때는 법무부에 의뢰,조사한후 국회윤리위에서 징게하게 되어 있으나 지난 10여년간 자체 심사조차 제대로 한 것이 없는 실정이다.
다음으로 법정신의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은 등록재산의 지나친 비공개원칙 탓이다. 물론 사생활 보호라는 측면의 고려가 있을 수 있지만 국회의원은 국민의 일등 심부름꾼인 만큼 무엇을 거리낄 것이 있겠는가. 제멋대로 적당히 적어내서 이를 국회사무처 금고속에 넣어두는 현행 식이라면 차라리 이 법을 폐지하고 자발적인 공개를 호소하는 도덕적 방법이 나을 것이다.
여기서 2차대전이후 공직자 윤리법 또는 독직방지법을 만들어 엄격한 실사와 공개,그리고 처벌로 깨끗한 공직풍토를 이루는데 성공한 구미각국과 이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아 유명무실한 법으로 전락케한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은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에 등록기피의원들의 명단공개 및 징계와 함께 빠른 시일안에 이 법을 개정,일정한 직위이상의 공직자의 재산을 무조건 공개하고 사실여부를 엄격히 가릴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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