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2.07.01 00:00
0 0

물새가 떼지어 날고,물고기가 거침없이 물살을 가르며,유람선이 그림처럼 떠 나니고…. 자연과 문명이 어울리며 생명이 약동하는 강변풍경은 상상만 해도 아름답다. 서울의 젖줄이라는 한강은 죽은 강이 된지 오래다. 유람선이 다니고 물새가 가끔 떠돌지만 강물은 사경을 헤맨다. 며칠새 떼죽음을 당한 물고기의 모습은 스산하기만 하다. ◆한강을 자연대로 회생시키자는 여망으로 엄청난 돈을 들여 종합개발 사업을 벌였다. 지난 1986년 초가을,준공과 더불어 한강시민공원도 개방되었다. 겉모습은 가히 일신이라 할만하다. 그렇지만 한때 살아날듯한 한강은 다시 죽음에 이르는 병을 완치 못하고 시들어가고 있다. 강물만이 아니고 이젠 시민공원이 된 강변마저 중증에 걸렸다. 자연환경이 피폐하고 휴식과 놀이환경까지 황폐화 한다. ◆한강시민공원의 실상은 공원이라는 이름을 들먹거리기가 민망하다. 개장 직후부터 휴식과 놀이의 공간은 쓰레기터로 변했다. 인파가 떠난 자리는 그대로 오물더미가 된다. 이것이 강으로 흘러 들어가니 탁류일 수 밖에 없다. 낚시꾼들의 뒤끝도 깨끗하지가 않다. 지저분한 찌꺼기를 남겨둔채 훌훌 털고 일어난다. 시민공원엔 질서도 없다. 주차도 멋대로해 폭주족의 행패가 두렵다. 여름철은 범죄의 온상이 되지 않나 큰 걱정이다. ◆오늘의 한강은 자연환경도 놀이환경도 모두 잃어 가고 있다. 사람들의 사랑을 잃은 한강은 가쁜 숨만 몰아 쉰다. 그 보복이 어디로 돌아올지는 너무나 뻔하다. 인간을 향한 자연의 보복이 곧 천재이고 재앙이다. 서울시민에게 환경문제의 첫 과제는 한강의 재생이외에 다른 것은 있을 수 없다. ◆해와 땅과 강은 자연의 모태이다. 땅이 썩으면 강이 죽고 강이 썩으면 땅이 죽는다. 본디 자연은 서로를 죽이지 않는다. 자연 살해의 주역은 언제나 사람이다. 시민들이 마음만 먹으면 한강은 반드시 살아난다. 지금처럼 버려두면 한을 품고 죽어갈 것이다. 자연을 죽이는게 곧 사람의 자해행위임을 까맣게 잊고 살아가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