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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법원 「낙태규제」 합헌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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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법원 「낙태규제」 합헌판결

입력
1992.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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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기본권” 인정불구 엄격한 제한조항 지지/여론·대선후보들도 입장갈려 선거쟁점 될듯【워싱턴=정일화특파원】 29일 미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를 크게 제한한 펜실베이니아주 법을 합헌이라고 판결한 이후 미 전역의 TV·라디오 를 비롯한 언론매체들은 온통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부시,클린턴,페로 그리고 많은 정치인,여성단체,민권단체들도 속속 이 문제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발표해 29일 하루는 낙태법외에 다른 뉴스는 없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이날 대법원이 결정한 낙태법판결의 골자는 두가지이다.

첫째는 낙태행위를 크게 제한한 펜실베이니아주법을 대부분 합헌이라고 판결한 것.

지난 1989년 펜실베이니아주가 제정한 낙태제한법은 낙태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았으나 5가지 조건을 달아 낙태를 허용하도록 했기 때문에 낙태권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낙태법」이란 비난을 받아 왔었다.

그 내용은 ①여성은 낙태를 원할때 적어도 24시간을 기다린 후라야 할 수 있다 ②18세이하 여성은 부모나 판사의 허락이 있어야 낙태수술을 받을 수 있다 ③의사는 임부에게 태아의 발육상황을 반드시 이야기 해줘야 하며,분만후 아기를 남에게 양자로 기르게 하는 방법 등의 대안을 애기해야 한다 ④임부는 낙태수술을 받게될때 반드시 남편에게 이를 알려야 한다 ⑤의사는 낙태수술을 할 경우 그 구체적인 상황을 리포트로 작성해 주정부에 제출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 법이 제정되자 낙태자유를 지지하는 단체들은 이 법이 지난 73년 대법원이 낙태를 「여성의 기본적인 권한」이라고 판결한 「로사건)「Roe versus Wade)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로 사건은 『낙태는 여성이 원하면 어떤 경우든 할 수 있는 여성으로서의 기본적 권한』이라고 판결해 낙태자유주의자들은 물론 여권운동가들에게도 이론적 근거가 됐었다.

지난달 29일의 대법원 판결은 펜실베이니아주법이 대부분 헌법에 위반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제4항인 『임부는 남편에게 이를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는 조항만 제외하고는 다른 4개항은 모두 합헌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둘째는 이날 결정에서 대법원이 펜실베이니아주법의 합헌성을 인정하지만 『낙태가 여성의 기본적인 권한』이라고 판결한 「로사건」은 그대로 지시했다는 사실이다.

1973년에 있은 로 사건 판결은 지난 19년간 적어도 4차례에 걸쳐 대법원의 연관판결에 의해 조금씩 약화돼 왔었지만 역시 이날 판결에서도 73년 판결의 기본정신은 그대로 살린다고 판결했다. 이 73년 판결을 뒤집으려면 대법원 판사 3분의 2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데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법 판결에서는 5대4로만 낙태반대의견을 모았을 뿐이다.

그러나 『낙태가 여성의 기본적인 권한』이라는 판결이 살아있더라도 펜실베이니아주 법을 합헌이라고 인정한 이날 결정은 기본적으로 낙태 반대주의자들의 승리였다. 또한 이 승리에 힘입어 적어도 20개주가 펜실베이니아주와 같은 낙태 제한법을 유지하거나,다시 제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판결로 낙태반대주의자들의 입장이 크게 강화된 셈이지만 낙태옹호론자들은 오는 11월 총선에서 낙태반대주의자들을 기어이 패배시키고 찬성론자들을 대거 의회에 진출시켜 이런 반낙태주의를 거꾸러 뜨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대통령 후보들의 의견은 상당히 다르다 부시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을 「미흡하지만」 적극 지지한다고 발표했으며,페로는 대법원판결은 미국 최고법원의 결정이므로 이를 따라야 되나 낙태는 기본적으로 여성이 가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며,클린턴은 『낙태는 여성의 권리』라는 쪽으로 좀 더 기울어진 발언을 하고 있다.

이 문제가 오는 11월의 대통령선거에는 물론 연방 및 주의회의원을 선출하는데도 큰 쟁점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그 쟁점의 논쟁이 얼마만큼 뜨거울 것인지는 약간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70년대초 「반낙태,찬낙태」 논쟁의 핵심은 반낙태법을 제정함으로써 가정을 보다 건강하게 지키고 사회의 성도덕을 붙들어 보겠다는 보수주의자들과 여성의 권한을 보다 신장해야 한다는 여권론자들의 대결이었다.

그러나 이 논쟁은 로 사건 판결이 있은후 19년간을 끌어오는 동안 이미 그 본질이 많아 흐려졌다.

낙태를 허용하든 안하든 미혼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 흑인자녀의 경우 60%이상이 결혼하지 않은 관계에서 태어나고 있으며 미국가정의 이혼율도 50%를 넘은지가 벌써 오래됐기 때문이다.

낙태통제보다는 AIDS통제가 더 급한 상황이기도 하다.

부시 대통령은 『가정의 복구』를 외치고 있다. 낙태제한법도 그런 취지에서 강력히 지지해 왔다. 이미 정상궤도를 멀리 벗어나 버린 미국의 저소득층 가정이 낙태제한의 강화로 얼마만큼 제궤도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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