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계의 두별이 손을 잡았다. 가전업계의 라이벌인 금성사와 삼성전관이 브라운관·모니터·액정화면표시(LCD)등 3개분야에서 각각 4천여건씩 갖고있는 특허 8천여건에 대해 서로 특허료를 지불치 않고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는 상호특허사용(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키로 원칙적으로 합의,오는 7월중순께 정식계약을 맺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업계와 외국업자 사이에는 예외적일 정도로 크로스 라이선스계약이 있긴 있었으나 국내업체간에는 이번이 처음이다. 금성사와 삼성전관의 원칙적인 합의내용이 아직 완전히 공표되지는 않았으나 앞으로 일정기간에 개발되는 특허에 대해서도 상호사용키로 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성사·삼성전관의 관계자들은 『지난 88년 양사는 반도체분야 특허권 공동사용을 추진하면서 서로 너무 당면의 이해관계에 집착하다가 실패한 일이 있다』며 『이번 협상에서는 거시적으로 접근,포괄협상끝에 타결시켰다』고 했다. 이들은 『이번 계약이 성공적으로 운용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국제경쟁력을 상실,이제는 기술개발을 통한 세계시장 돌파가 생존의 전략이 돼야하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왕년의 「수출입국」처럼 「기술입국」의 의식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루어진 양사의 크로스 라이선스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크다. 양사의 제휴에 중매역할을 한 특허청의 김태준청장은 『상호특허사용 계약이 특정분야에 머물지말고 그룹사전체,더 나아가서 자동차·기계·항공산업 등 전산업으로 확산됐으면 한다』고 했다. 특허청의 주무국장인 유인봉 심사4국장은 『날로 뜨거워지는 범세계적 기술경쟁시대에서 국제적인 대응에 공조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 양사는 저급한 국내기술차원에서의 경쟁에 힘을 소모치 않게됐으며 이에따른 축적된 힘을 고도기술개발에 효율적으로 선용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제특허전문 미국변호사인 선우찬호(삼정 법률사무소 대표) 박사는 『벌써 국내업체간에 크로스 라이선스가 있어야 했다』며 『금성·삼성전관 양사는 상호 특허사용뿐만 아니라 상호 관련기술에 대한 정보교환으로 국제적인 특허권에 대한 대응력을 향상,경쟁력을 높이게 될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세계적인 화학회사인 뒤퐁사에서 특허 관련업무에 관여했던 그는 『IBM·뒤퐁·휴즈항공 등 미국의 대기업들은 동종기업간에 빈번히 크로스 라이선스계약을 체결,연구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을 절감하여 효율적으로 신기술개발을 추진해가고 있다』고 했다. 미·일기업간에도 크로스 라이선스계약이 성행한다. IBM,모터롤러,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 미국의 세계적 기업들은 컬러 텔레비전,VTR 등에서 부터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일본·한국기업을 상대로 특허권침해 소송을 제기,특허공세를 취해오고 있는데 일본의 개량특허를 얻기위해 크로스 라이선스계약을 맺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기업들은 이처럼 미국에 팔 수 있는 기술이 있으므로 현금으로 지불하는 로열티(기술사용료)를 낮출수가 있는 것이다. 즉 미국과 일본은 기초기술과 개량기술을 상호 교환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일본기업 사이에도 겉으로 내놓지는 않아도 크로스 라이선스계약이 상당히 많이 체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큰 요인의 하나는 날로 높아가는 로열티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사가 87년 한국의 삼성반도체와 일본의 17개 반도체 메이커를 상대로 반도체생산기술과 관련,특허침해혐의로 소송을 제기,승소한 일이 있다. 삼성은 8천8백여만달러의 배상판정을 받았었다. 원가부담이 높아지지 않을 수 없다. 세계의 특허의 벽은 높다.금성사·삼성전관의 이번 접목이 이 벽을 넘는 받침대로 발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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