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민주화 공약 보수벽 부딪쳐 실패/라모스 23% 지지로 취임 정치역량 기대난코라손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49)이 6년동안의 임기를 마치고 30일 퇴임했다.
지난 86년 필리핀 국민의 열화같은 지지속에 권좌에 올랐던 아키노 대통령은 정치적 경험부족,개혁정책의 실패 등 때문에 「무능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남긴채 야인으로 돌아갔다.
아키노가 집권초 공약했던 토지개혁 및 민주화 추진정책은 기득권층과 군부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쳐 공약으로 끝나고 말았다.
돈과 향응으로 유권자의 표를 사는 부패현상도 여전히 남아 일부 평론가들은 『필리핀의 정치는 정치(politics)가 아닌 식치(chowtics)』라고 혹평할 정도다.
특히 아키노 정권이 초래한 경제위기는 심각하다. 인플레는 매년 20%에 육박하고 외채도 2백90억달러에 달한다. 경제성장률까지 마이너스로 곤두박질 치는데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7백25달러로 여전히 아시아 최하위 수준이다.
또한 농지개혁의 실패로 도·농간 성장불균형이 심화돼 6천5백만 필리핀 인구중 60%이상이 절대빈곤 상태에 처해있다.
정치적 상황도 암울하다. 86년 민중봉기로 무너진 것은 마르코스 정권뿐이며 기득세력인 군부와 지주계급은 여전히 정치적 실제로 남아있다. 국정처리에 우유부단했던 아키노 정권은 이들 보수세력의 발호를 용인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들과 정치적 유대를 꾀해 정국혼미를 가중시켰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보수세력의 재등장이 공산 게릴라들의 저항논리를 더욱 강화하고 아키노 정권에 대한 민심이반을 가속화시킨 까닭이다.
아키노 재임중 일어난 7차례의 쿠데타 기도는 아키노 정권이 얼마나 인기가 없고 허약했는지를 말해준다.
이같은 총체적 난국속에 출범한 라모스 정권 역시 스스로 한계를 안고 있다. 23%의 지지로 대통령직에 오른 절박한 입장에서 라모스(63)는 끊임없이 반대 정파와의 타협과 절충을 시도해야 한다. 따라서 적극적인 정국운용과 강력한 정책추진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라모스 정권은 또한 필리핀 정치판도에서 주요변수인 군부세력도 무시못할 입장이다. 라모스 자신이 국방장관 출신으로 아직 군고위급에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고는 하지만 군개혁운동을 벌이고 있는 청년장교 그룹은 「반라모스」의 색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라모스는 30일 취임에 앞서 차기 내각의 각료를 전원 민간인으로 구성해 발표했지만 일각에선 군의 정치적 입지를 보장해 줌으로써 정치안정을 도모하자는 의견도 설득력있게 제시되고 있다.
라모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화해」와 「경제적 재건」을 국정목표로 제시하며 국민적 대단결을 호소했다. 하지만 빈약한 재정과 흩어진 민심이라는 「아키노 유산」을 이어받은 그가 어떠한 정치역량을 보여줄지는 미지수이다.
필리핀은 지난 65년이후 26년만에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했지만 새 대통령 라모스의 전도는 어둡기만 하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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