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발표한 「제2단계 금융자율화 및 개방계획」은 국제금융시장과 국내시장 사이에 물꼬를 터주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 계획안중 외국환은행 포지션관리제도의 개선은 국내은행이 자기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해외에서 외화를 들여와 원화로 바꿔 대출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해주는 것으로서 그동안 철저히 통제되어오던 외화유입 장벽이 허물어지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같은 조치가 우리의 금융개방을 크게 앞당기는 조치임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외국은행 국내지점에게는 영업활동을 확대시킬 수 있는 절호의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된다. 지금까지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만 가능했던 자금의 스와프 등 도입한 외화를 원화로 대출해주는 외국은행 지점의 영업활동이 자유롭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포지션관리제도의 변경으로 앞으로는 해외의 싼 자금이 국내의 고금리 자금과 어울려 드나들 수 있게 되었는데 금리가 낮은 외화가 고금리의 국내시장으로 들어올 경우 국내금리를 어느정도 낮출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통화관리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도 각오해야 될 줄 안다. 외화유입은 기본적으로 본원 통화의 공급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외화유입의 통제가 사실상 풀리게 될 경우 통화관리에 허점이 생길 것은 당연하다.
포지션관리제도의 완화외에도 원화를 대외거래의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게한 조치라든지,연지급(외상) 대상기간을 현행 60일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든지,ATM(현금자동인출기)의 점외 설치를 허용하는 방침 등이 모두 우리나라 금융시장 개방을 당초 예정보다 1년이상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외국금융기관 국내지점들이 내국인과 동등한 자격으로 주식투자에 나서고 장외에서 채권을 사고 팔 수 있게 되면 그에 따른 수입이 커질 것은 당연하며,9월부터 외국금융기관에 대한 선물환거래 허용범위와 외국환은행의 외국환매매 초과한도가 확대되어 이들의 활동영역이 훨씬 늘어나게 될 것 같다.
정부의 2단계 조치 발표로 그동안 개방계획만 발표되었을 뿐 구체적 시행이 없었던 개방조치가 오는 7월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이 분명한데 금리와 국제수지,국내 물가 등 모든 면에서 불안요인을 안고 있는 현 상황하에서 정부가 금융시장 개방을 급히 서둘고 있는 것은 외부로부터의 개방압력이 그만큼 거세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 경제나 금융산업이 급속한 개방에 대처할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개방을 서두르는 것은 우리에게 득보다 실을 더 많이 가져다 줄 것이므로 비록 정부 나름대로 면밀한 계획을 세우고 부작용의 최소화와 개방효과의 최대화를 주장하고 있다고는 하나 우리로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별다른 준비태세없이 안방 금고의 자물쇠를 열어주게 되면 결국 국제금융기관이 우리 기업들의 돈줄을 힘들이지 않고 장악하게 될 것이며 국제수지 적자도 늘려 놓을 것이 불을 보듯 명확해진다. 문을 아예 닫아 걸수는 없지만 무역마찰이 심화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개방의 속도를 되도록 늦추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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