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상오 8시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향어와 비단잉어 12만여마리를 강물에 풀어놓은 전국 어민후계자협의회(회장 고경범·42) 소속회원 1백여명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각종 오물을 뒤집어 쓴채 강물위에 흰배를 드러내고 떠오른 물고기들의 모습을 일제히 다룬 이날 아침 신문의 사진이 가슴 한구석을 짓눌렀기 때문이었다.
쉴새없이 흘러드는 각종 공장폐수와 생활하수로 수질이 오염돼 어촌경제가 날로 피폐해져 가는데다 개발을 앞세운 간척공사와 해안매립으로 삶의 터전마저 잃어가고 있는 어촌 현실에 애를 태워왔던 어민후계자들로서는 「떼죽음당한 물고기」들의 모습에 더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이날 행사는 전국 5천5백여명에 달하는 어민후계자들이 어업자원의 근본적인 증식대책은 「환경살리기」에 있다고 생각하고 국민들에게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올해가 두번째였다.
지난해 7월 한적한 충주댐에서 첫 행사를 가졌던 것과는 달리 한강을 방류장소로 정한데 대해 고 회장은 『환경살리기에 대한 경각심을 드높이기 위해 서울시민 뿐 아니라 민족 전체의 생명의 젖줄인 한강에 우리 어업종사자들이 직접 길러온 물고기들을 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남 충무에서 20년째 굴·멍게 양식업을 하고 있다는 정용주씨(42)는 『공단설치가 금지돼 있는 청정구역에 있는 우리 양식장만해도 최근 수확량이 10년전과 비교해 40∼50%밖에 안되는 실정』이라며 『날로 악화되는 수질오염으로 이제 근교 바다는 거의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탄식했다.
행사에 앞서 2시간 전부터 시민공원에 나와 전날 휴일 행락객들이 아무렇게나 버린 오물 등을 청소하기도 한 어민후계자들은 자신들이 방류한 물고기들이 또다시 「떼죽음 물고기」로 강물에 떠오르지 않기를 기원하며 행사장을 빠져나갔다.<김병주기자>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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