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상장된지 3개월만인 지난 4월 부도,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힌 신정제지사건은 기업주,은행,증권사,공인회계사 등이 한통속이 되어 전개한 「완전한 사기극」임이 드러났다. 또한 감독 관청인 증권감독원도 「직무유기」의 책임을 면하지 못하게 됐다. 증권관리위원회의 신정제지에 대한 불공정 거래조사와 감리의 결과 밝혀진 관계자들의 불법과 비리는 「개미군단」이라 불리는 선의의 일반투자자들이 완전한 무방비 상태에서 상어와 같은 「사기꾼」들의 「밥」이 되어왔다는 것을 실증해주는 것이다. 이러한 기만이 증시에 대한 일반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있다.이것이 주가가 연속 「6공 최저치」의 기록을 경신하는 침체한 장세상황에서 증시 외면을 심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올해부터 증시를 개방했다. 국제화의 비중과 속도가 커지고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로부터도 신뢰받은 증시가 돼야한다. 우리 증시가 과연 근대적인 자본시장으로서의 자격과 능력을 갖추었는지 의심이 간다. 어떻게 해서 신정제지의 부도사건과 같은 악랄한 사기가 빚어졌는가. 증권시장이 기업자금이나 산업자금을 조달하는 자본시장이라기 보다는 「돈을 놓고 돈을 먹는 투기장」으로 전락했다는 불명예를 씻기 어렵게 됐다.
체제,제도,감독의 미비탓도 있겠으나 근본적으로는 기업주에서 증권감독원 관계자에 이르기까지 직업윤리관을 상실한 때문이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천민자본주의 의식이 충일했기 때문이다. 신정제지 부도사건은 재테크사기의 표본같다. 기업공개부터 기만적이었다. 손익계산서 등 재무제표를 분식,결손을 흑자로 둔갑시켜 공개요건에 맞추었다. 일차적으로 이것을 적발해내야 하는 공인회계사는 기업주의 요구에 따라 눈감아줬다. 공인회계사는 타협을 하지 않으면 회계감사의 일거리 자체를 얻기가 어렵게 되어있다. 관행과 제도가 비리조장에 유리한 풍토다. 증권사도 기업공개 수수료와 실적향상을 위해 투자자보다는 공개회사에 유리하게 기업분석을 했다.
증권감독원의 공개심사도 형식적이었다. 기업공개에 성공한 뒤에는 가격조작을 단행했다. 상장 당일의 시세가 공모가액의 2.4배가 되도록 했다. 또한 경영악화로 부도가 임박하자 대주주,주거래은행 등이 보유주식을 대량 처분했다. 증권관리위원회는 사장,관련은행 및 법인 등 사건관련 혐의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신정제지의 부도로 2만1백50여명의 투자자들이 손실을 보게 됐다. 지금까지 상장기업으로 부도를 낸 회사는 14개사,이미 피해자가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 선의의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2의 신정제지 사건을 막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공인 회계사의 회계감사 강화,공개주선 증권사의 책임강화,증권감독원의 감사권과 감사강화,내부자거래 금지범위 확대와 위반벌칙의 대폭 강화 등 획기적인 제도강화가 있어야겠다. 증시는 믿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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