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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6·29선언 5돌/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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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6·29선언 5돌/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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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동란전 서울은 참으로 평화스러웠다.국민들은 의식주 등 모든 것이 부족하고 가난했지만 어려운 살림속에서 밝은 표정들이었다. 비록 반쪽이나마 나라를 세웠고 두번째로 문을 연 국회도 차츰 시끄럽기는 하나 노애국지사들이 버티고 있어 든든했다.

북한군이 기습남침했던 6·25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 국민들은 이 박사가 『서울을 사수하겠다. 안심하라』고한 육성방송을 철석같이 믿었다. 이 박사는 벌써 몰래 대전으로 피신했는데….

붉은 적치하­수복­정전 등 1백여만명의 인명이 살상되는 3년간의 동족상잔의 전쟁이 일단 멈춘 뒤 이땅의 모습은 두보의 말대로 「국파산하재 성춘초목침…」의 참상 그대로였다.

그래도 국민들은 이 박사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동포들이여! 얼마나 고생이 많았으냐』는 그의 위로담화에 한없이 눈물만 흘렸을 뿐이었다.

그처럼 순박했던 국민들이지만 이 박사가 사사오입 억지개헌과 3·15 부정선거로 장기집권을 획책하자 분노가 폭발하여 학생들을 도와 4·19 민주혁명을 성공케 했던 것이다.

그뒤 박정희씨가 민선정부를 쿠데타로 뒤엎고 집권,3선 개헌­유신체제를 강행하고 80년에는 신군부가 느닷없이 5·18 전국계엄을 계기로 권력을 장악,개혁을 한답시고 나라 전체를 제멋대로 뒤흔들어도 국민들은 이를 지켜보기만 했다.

필자가 우리의 지난날을 새삼 기술한 것은 순박하기만했던 국민이 어떻게해서 무섭게 변모했는가를 되돌아보기 위해서이다.

5년전의 6·29선언은 앞뒤가 콱막혔던,나라의 가슴­국민의 가슴을 뚫어주는 통쾌한 폭탄선언임에 틀림없었다. 온 국민이 이렇게 가슴을 열고 한마음이 된것은 8·15광복과 4·19혁명에 이어 세번째였다. 6·29선언이 전폭적호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국민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6·29선언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어떠한 행위도 성공할 수 없다는 권력측의 고백이며 국민에게 비민주적통치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노태우대통령으로서는 해마다 6·29는 「득의의 계절」임이 분명할 것이다. 5주년을 맞는 올해도 평가회를 갖고 각 부문별로 민주화의 성과를 자체점검했다. 사실 누가뭐래도 6·29는 민주화의 단서를 여는 출발점이 된것은 분명하다. 또 그후 지금까지 각 분야에 걸쳐 상당부분 민주화의 진척이 있었던 것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대다수 국민들이 6공정권의 시정에 불신하고 있음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이는 6·29선언이라는 엄청난 시국반전조치가 외형상 진척에도 불구하고 국가운영의 기본정신으로 아직 특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체장선거연기로 인한 법 위반도 그렇고 최근 단행한 부분개각만해도 그렇다. 필자는 신임각료들의 능력을 문제삼는게 아니다. 통치행위의 대종인 요직인사에 있어 뚜렷한 원칙도 찾기 어려운데다 6공들어 지나치게 빈번한 개각이 주는 폐단과 국민의 실망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요직인사,특히 개각은 분명한 명분과 함께 균형되고 능력있는 인재발탁,그리고 적시단행으로 국민에게 감동을,신선감을 주어야 한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신선감을 주지 못하는 인사는 차라리 안하니만 못한 것이다.

6공들어 지금까지 각 부처의 대부분의 장관들이 4∼5회씩 교체되었다. 이는 평균 10개월∼13개월에 한번씩 바뀐셈이 된다. 이래가지고야 아무리 유능한 인사라도 어떻게 일관성있는 정책을 펼 수 있겠는가. 인사가 나눠먹기식 선심쓰기식으로 비쳐질때 그 소리없는 부작용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국민들은 말이 없지만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 오늘의 국민의 6·25때의 그런 순박한 국민,50∼60년대의 국민은 아니다. 입은 굳게 다물었지만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6·29선언의 참뜻과 성과 역시 애써 강조 안해도 훗날 역사와 국민은 두고두고 평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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