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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의원의 선택(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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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의원의 선택(사설)

입력
1992.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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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의 5월 전당대회에서 경선거부를 선언하여 전국민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이종찬의원이 탈당을 하지 않고 그냥 당에 남겠다고 해서 또다시 국민적인 관심과 화제를 모으고 있다.5월 전당대회에서는 대통령후보로 당선되기에는 역부족이라 하더라도 끝까지 선전하여 여당의 자유경선이라는 새 정치의 이정표를 세우는 주인공이 되리라고 많은 국민들이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는 외압과 불공정을 탓하며 전당대회를 이틀 앞두고 경선을 거부함으로써 세상을 놀라게 했다. 자유경선의 민주축제를 박수로 환영하려던 많은 국민이 실망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경선을 거부하면서도 후보사퇴는 하지 않았다. 출마를 하지 않겠다면 후보를 사퇴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으나 그의 이름은 투표용지에 그대로 남아 지지자의 기표를 기다렸다. 그 때에도 이미 이러한 이 의원의 처신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로부터 40여일 동안 그는 당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직접 간접으로 여러번 표시했다. 양김씨 대결구도의 청산과 세대교체를 내건 「새 정치를 위한 국민연합」 결성준비가 크게 보도되었다. 비판의 여지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경선거부라는 그의 정치진로 일관성이 있는 거취로 이해될 수 있는 일이었다. 사실 그가 외치는 반김 구호나 새 정치에는 동조하는 국민여론이 상당한 수준이었다. 출마포기에도 불구하고 5월 전당대회에서 얻은 34%의 당내 지지가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결국 그는 민자당을 떠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김영삼대표와 비밀회담을 한뒤 예상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급선회를 하고 만 것이다. 국민들은 두번 놀란 셈이다.

그가 몸담아 온 민자당이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을 돕기 위해 결심을 바꿨다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렇게 진로를 바꾸려면 자유경선을 거부한데 대한 반성과 그 표명이 앞서야 한다. 경선거부와 아울러 탈당후 독자출마를 계획했던 생각이 잘못이었다고 국민에게 사과한뒤 당에 계속 남겠다고 말하는 것이 순서라는 것이다.

또 하나,밀실정치를 통해 그런 결정이 이뤄졌다는 사실도 국민의 정서에 납득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는 새 정치를 내세우면서 밀실정치라는 낡은 정치행태를 배척해야 한다고 외쳐온 장본인이다. 김 대표와의 비밀회담에서 무슨 자리 어떤 조건을 보장받고 하루 아침에 돌변했는지 국민들은 알고 싶어한다. 마음을 바꾸게 된 경위를 국민앞에 솔직하게 밝히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지켜야할 도리이다.

이 의원의 돌변이 김영삼후보의 대통령선거 전략이나 민자당의 당리당략에 보탬이 된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동시에 민주당 등 야당의 대통령후보에게도 미묘한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그러나 그런 저런 유불리를 떠나서 이 의원의 손바닥 뒤집듯한 처신은 정치인이 과연 무엇인가를 새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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