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6개월전… “촌음도 아깝다”/새벽 조깅·당무·면담등 바쁜일정/김영삼/조석간 탐독·회견·모임 쉴틈없어/김대중/3시 기상·각종 행사 참석 강행군/정주영대통령선거가 6개월 가까이 남아 선거운동기간이 너무 길다고들 하지만 후보들에게는 그렇지만도 않다. 24시간을 쪼개 쓰느라 하루가 짧기만 하다. 촌음을 아끼는 이들의 일거수일 투족은 모두가 자신들이 인생승부를 걸고 있는 대선전의 표에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후보의 하루는 그자체가 바로 선거운동이 된다.
○…김영삼 민자당 대표의 24시는 아직 미명인 새벽 조깅에 나서는 것으로 시작,통상 밤 9시를 전후해 귀가해 11시전에 취침하는 규칙적이고 짜여진 시간표에 따라 움직인다. 김 대표는 70년대말 조깅을 시작한 이래 연금시절을 제외하고는 줄곧 이같은 생활습관을 익혀왔고 여당 후보가 된 뒤에도 이러한 생활패턴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각종 면담요청 또는 모임초청이 쇄도하고 김 대표 자신의 사적행보도 부쩍 늘어나 말그대로 촌음을 쪼개 일정을 조정해야하는 측근들의 고충은 훨씬 더 하다는 얘기다.
크게 봐서 김 대표의 일과는 조깅조찬당무집행 및 외부인사접견오찬외부행사 참석 또는 휴식만찬으로 이어진다.
이 일정에서 김 대표는 주요당 회의참석과 당무보고 청취외에 하루평균 5∼6개의 사회단체대표를 면담하며 공식·비공식의 예방인사도 줄을 이어 상오의 집무실 주변은 북새통을 이루기 일쑤이다. 후보로서 김 대표의 보폭은 득표를 의식,종교계·학계·재향군인회 등 여권단체 사회각계의 이익단체 및 친목단체에 이르기까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최근엔 같은 분야내에서는 이해가 다른 2개 이상의 단체가 있을 경우 경쟁적으로 면담,또는 모임 참석을 요청해 입장을 어렵게하는 예도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김 대표에게 있어서 더욱 중요한 시간은 각계 유력인사와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는 조찬,오찬,만찬모임과 일정이 거의 공개되지 않는 하오의 스케줄에 따라 진행되는 「물밑행보」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김 대표는 하오에 시내 C호텔의 개인룸 또는 63빌딩 헬스클럽에 머무르면서 당 외곽인사의 조언을 받거나 핵심당직자 또는 핵심측근들을 불러 「대외비」나 긴급한 사안을 보고 받고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상도동 자택에서 조찬이전에 비서그룹과 하루일정을 체크하며 주요현안을 보고받는 20∼30분여의 짧은 시간도 유명한 「상도동타임」이다.
외부 조찬약속이 없을 경우 김 대표가 집을 나서는 시간은 상오 9시 전후이지만 후보가 된후 김 대표는 거의 빠짐없는 조찬약속을 가져 7시10분께면 집을 나선다.
결국 하루에 14시간 정도를 집밖에서 보내며 쉴틈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이 김 대표의 24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 상도동 관계자들은 『특별한 모임이 없어도 요즘 김 대표가 평균적으로 접촉하는 사람은 적게는 하루 50명선 많게는 1백명선을 넘을 것』이라며 『이종찬의원의 합류로 당내문제가 완전 정리된 만큼 대표의 향후 행보는 더욱 빨리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비서실 개편이후 비서실의 대언론창구가 최창윤 비서실장으로 일원화되고 최 실장의 입은 「크렘린」으로 유명해 거의 드러나지 않는 실정이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김대중 민주당 대표는 늘 두개의 수첩을 갖고 다닌다. 한쪽에는 각종 명언과 통계가 빽빽하고 또 한쪽에는 일정이 새까맣게 적혀 있다.
더불어 얘기하는 것을 즐기는 그는 하루종일을 거의 약속된 만남과 대화로 보낸다. 특히 연말 대선을 앞두고 발로 뛰어야만 하는 요즈음 그는 젊은 수행원들이 지쳐버릴 정도로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매일 아침 5시면 어김없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세면과 면도를 마치고 블랙커피 한잔을 들면서 조간신문들을 하나하나 들친다. 눈에 띄는 것들은 꼼꼼히 메모를 한다. TV의 첫뉴스도 빠뜨리지 않고 시청한다.
요즘은 거의 매일같이 7시면 조찬모임이나 토론회가 있어 6시30분이면 동교동 자택을 나서야한다. 외부인사들과의 조찬약속이 없는 날은 대개 인근의 서교호텔에서 당간부 측근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한다. 간혹 집에서 아침을 들 경우에는 앞뜰의 화단을 손질하기도 한다.
매주 월요일의 최고회의,수요일의 당무회의,금요일의 주요간부회의 등 당의 공식회의들이 대개 8시30분에 열려 조찬모임을 마치고는 곧바로 마포 당사로 달린다. 회의가 없는 날은 기자들과 그날그날의 정국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대개 상오 9시30분이나 10시께 당무가 끝나면 동교동으로 되돌아가 하루도 빠짐없이 밀려드는 국내외 언론의 회견요청에 응한다. 그때쯤이면 벌써 피로가 몰릴 법도 하지만 학계,종교계,여성계,노동계 등 각종 직능단체 인사들과의 오찬약속에 맞추기 위해 다시 집을 나서야한다. 최근에는 하오 일정이 빡빡해 거의 밖에서 지내지만 얼마전까지만해도 하오 2시께 오찬모임이 끝나면 당사로 다시 나와 상경한 지방당원들을 만나거나 동교동으로 돌아가 자택으로 찾아온 다양한 분야의 손님들을 맞는다. 이때 석간신문을 빼놓지 않고 읽는 것은 물론이다.
많은 정치인들이 이른 아침 일정과 밤 일정 때문에 점심식사후 사무실이나 그밖의 장소에서 쉬는 것과 달리 김 대표는 「하오 휴식」 일정이 없다. 대신 그는 약속장소를 옮기는 사이사이 차속에서 토막잠으로 피로를 푼다. 김 대표의 차중 토막잠은 유명하다.
그리고는 저녁 7시에 대개 시작되는 출판기념회,강연회,각종 리셉션,만찬모임에 참석한다. 밤 10시쯤이면 자택으로 돌아와 조간신문 지방판들을 읽고 지하실의 서재로 내려가 다음날 열릴 각종 연설회의 원고를 메모하거나 책을 읽는다. 거의 하루종일을 깨어있는 김 대표의 일상은 그가 흔히 후배정치인들에게 해주는 「정치인이란 무엇보다 부지런해야한다」는 충고의 산표본이다.<황영식기자>황영식기자>
○…정주영 국민당 대표의 하루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일감」을 찾아 살아온 그의 천성과 근면이 배어있다.
일을 하거나 일을 생각하는 시간들로 평생을 채워온 정 대표의 24시는 정치에 입문한 이후에도 담는 내용만 달라졌을뿐 빡빡한 일정과 규칙적 생활에는 변함이 없다.
일에 대한 정열과 타고난 건강을 지녔다하더라도 77세의 고령을 감안하면 정 대표의 치열한 하루하루는 놀라울 정도라는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정 대표는 남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한다. 그날 할일에 대한 기대와 흥분때문에 마음이 설레 늦도록 자리에 누워있을 수 없다는게 정 대표의 생각이다.
새벽 3시∼3시30분이면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정 대표는 사람을 시켜 보급소에서 구해온 조간신문을 탐독하는 것으로 하루일정을 시작한다.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는 특히 국민당 관련기사를 비롯,정치면을 샅샅이 읽어 자신의 발언이나 행보에 대한 여론의 향배에 신경을 쓴다.
정대표가 상의주머니에 가득한 메모들을 작성하는 시간도 이 때이다. 세상 흐름을 파악하고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메모하는 것은 그의 오랜 습관이다. 이어 30분정도 가볍게 목욕을 한다. 한겨울에도 더운물로 목욕한 뒤 반드시 다시 찬물로 씻는다. 부인 변 여사가 신병으로 입원한후부터 욕조의 물을 받는 것도 그의 몫이다.
새벽 5시30분. 응접실에 대기중인 아들들과 아침식사를 한 뒤 6시쯤 청운동 자택을 나서 서대문 고려병원옆 중앙당사까지 속보로 걸어서 출근한다.
당사에 도착하면 즐기는 인삼차를 들며 비서진들로 부터 일정보고를 받은 뒤 공식일정에 앞서 당직자 간담회를 갖는다.
정 대표는 아침 당직자회의후 약 1시간 동안 거의 매일같이 예정돼있는 국내의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하거나 방문인사를 만난다. 최근들어 조윤형의원 탈당사태이후 내부단속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정 대표는 자주 소속의원이나 지구당 위원장들을 따로 불러 이들의 고충을 듣는다.
이어 정 대표는 대체로 상오 10시께부터 시작되는 강연회나 기념식 참석을 위해 당사를 나서며 때때로 시간 단축을 위해 헬기나 항공기편으로 지방출장길에 오른다.
시장방문이나 조찬대화모임 등 아침에 특별한 일정이 있는 날은 당직자 회의시간만 약간 줄어들뿐 상오일정은 평소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점심식사는 특별한 약속이 없는한 집에 돌아와 들며 2시께부터는 토론회 창당대회 연수회 리셉션 참석 등 빡빡한 하오 일정에 다시 들어가는 강행군을 계속한다.
저녁시간에는 가끔씩 당직자나 의원들과의 술자리에 어울리기도 하지만 숙면을 위해 하오 9∼10시면 잠자리에 드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이재렬기자>이재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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