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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국에 「비밀경찰」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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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국에 「비밀경찰」 파문

입력
1992.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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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객물망 인사일부 “협력자”… 바웬사 궁지에지난 89년 8월 전후 폴란드 최초의 비공산계 총리에 기용된 타데우스 마조비예츠키는 취임연설을 통해 『우리는 과거를 하나의 굵은 선으로 지울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폴란드 자유노조를 모태로 한 새정부는 경제개혁과 정의실현에 최우선 목표를 두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마도 하나의 소박한 희망이었는지 모른다.

6월초 얀 올스제브스키총리 내각의 극적인 퇴진이후 폴란드는 이 나라 정치 엘리트중 누가 공산당 비밀경찰과 협력했는가 하는 심각한 문제에 휩싸이고 있다.

과거에도 이미 혼란스러웠던 폴란드 정국은 내각구성 문제를 둘러싸고 총체적위기 국면으로 빠져들어 의회에서의 통제가 불가능해지고 있다.

때문에 현 대통령 레흐바웬사도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과거의 동지들로부터 고립되고 있는 것이다.

그가 공산당 비밀경찰의 협력자였다는 소문이 아니더라도 자유노조 설립자인 바웬사는 곳곳에서 『폴란드를 다시 공산화시키려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이런 미묘한 문제는 이미 소리없이 폴란드 정치에 파고들고 있다.

집권 5개월내내 바웬사와 불편한 관계를 지속했던 올스제브스키 내각은 6월초 내각 불신임투표에서 완전히 패퇴하고 말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폴란드의회(세임)는 내무장관 안토니 마시에레비츠에게 모종의 자료를 제출토록 결의했다.

즉 지난 45년부터 90년까지 공산당 비밀경찰에 협력한 것으로 알려진 62명의 정부관리와 의원들의 명단을 제출토록 한 것이다.

마시에레비츠 내무장관은 관련 인사들의 명단을 의회지도자들에게 제출하면서 『이는 권력층을 탈공산화시키는 첫번째 조치』라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폴란드 의회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의회에 제출된 명단은 과거 비밀경찰이 작성했던 개인에 대한 신상서류였다.

마조비예츠키가 이끄는 중도좌파정당 민주연맹의 제2인자인 제르지 오시아틴스키도 자신의 이름이 끼여 있음을 알게됐다.

오시아틴스키는 세가지 서류 때문에 그의 이름이 명단에 기재되었다.

세가지 서류란 그가 개입했던 의심스러운 단체에 관한 것,그의 비밀경찰협력 거절에 과한 것,그를 설득하려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 등이다.

비밀경찰 협력자와 관련된 파문은 올스제브스키내각의 축축을 가져왔다.

그러나 탈공산화의 문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바웬사는 농민당의 발데마르 파브라크(32)에게 내각구성을 위임함으로써 의회와의 마찰을 자초했다.

파브라크의 농민당은 연정구성 능력면에서 별로 힘이 없기 때문이다.

여느 때처럼 바웬사 자신은 폭풍의 중심에 있다.

대통령의 탄핵을 계획하고 있는 올스제브스키 측근세력들은 바웬사가 지난 70년 당시 비밀경찰과 연결되어 있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물론 바웬사는 70년 12월 당시 자신의 3∼4개 서류에 서명했음을 시인했다.

그러나 그는 『그렇다고 나는 결코 타락하지 않았으며,결코 나의 신조와 나의 친구들을 배반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바웬사 자신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그의 비밀경찰 관련설은 바웬사의 반공경력에 매우 위험한 근거가 되고 있다.

바웬사 자신의 가장 큰 문제는 과거에만 있지 않다. 오늘날 바웬사는 자신의 권력기반이기도 한 자유노조조차 소외시키는 정치적 난맥상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바웬사는 처음엔 좌파를,그 다음에는 중도파,그리고 현재는 우파를 멀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폴란드에는 바웬사를 대체할 만한 대통령감이 없다.

폴란드는 정치적 편법과 정단한 응징의 구분을 혼란시킬 분노보다는 순리에 의한 정치적 과정을 밟아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정리=박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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