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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언제까지 관행인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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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언제까지 관행인가(사설)

입력
1992.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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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을 엿듣는 것은 비열하고 염치없는 짓이다. 공사를 가림 없이 도청이라 있어서는 안될 부도덕한 행위다. 행위 자체가 떳떳치 못하고 음흉하며,피해 당사자의 고통이 크고,모독감이 심하기 때문이다. 도청은 군력의 정당성 마저 일시에 흔들어 놓을 수 있음은 익히 아는 대로다.우리 수사기관은 도청의 반윤리성에 무감각하다. 불가피한 관행쯤으로 알고 혹시 들통이 나면 어물어물 변명을 늘어 놓고 넘어가기가 일쑤다.

그래서 공권력이 권위를 잃어가고 도덕성이 크게 훼손 당하기도 한다.

도청이 발각나도 그다지 아파하는 기색조차 없다. 이것이 죄악이라는 인식이 없기 때문이다.

운동권 학생의 동향을 감시하던 경찰이 자기 함정에 빠진 꼴이 되었다.

경찰이 벌여온 전화도청과 미행의 기록이 적힌 활동일지가 학생들 손에 들어가 그 내용이 그대로 밝혀진 것이다. 공개된 일지에 따르면 전화국의 협조까지 얻어 장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를 놓고보면 경찰이 망신을 스스로 불러 들이고 궁지에 몰린 셈이다. 시민의 입장에선 민생치안엔 왜 그만큼 왕성한 정력을 기울이지 않나하는 의문이 생긴다. 운동권 학생들이 정부를 괴롭히고 불법시위를 획책하거나 감행하는데 대한 날카로운 대응은 일면 이해할만하다. 수배학생을 찾아 다니냐,극력학생들의 동향을 살피랴,치안력이 고역을 치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럴수록 경찰의 수사나 사찰은 정도를 밟아야한다. 학생들이 불법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해서 강압적이고 비정상의 수단을 동원함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 할 수가 없다.

부당한 도청이나 미행과 감시는 오히려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운동권을 사로 만드는 자극밖에 주지않는다.

그들은 탄압을 받는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겨 동료학생이나 일반의 동정과 합류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강압수사는 여기에 말려들 위험이 매우 높다.

오늘의 운동권학생은 이념 편향과 과격성으로 인해 응집력이 약해 지고 발판이 좁아졌다. 새로운 명분과 자극이 가해지지 않는다면 수위는 더욱 내려갈 것으로 내다 보인다. 따라서 공권력의 대응도 달라져야 마땅한 일이다. 구태의연한 강경 일변도는 오히려 엉뚱한 화근이 될 수 있음도 명심해야 할것이다.

우리 경찰이 변화에 둔감하다는 비판은 이래저래 면하기 어렵다. 도청·미행 등은 시대착오의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경찰은 방범과 사건예방의 임무와 더불어 인격과 자유의 보호라는 책임도 떠맡고 있음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 떳떳해야 한으로 강해질 수 있다. 경찰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도청과 강압은 빨리 청산 되어야 한다. 이것이 국민이 원하는 강한 경찰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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