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고질적인 무역불균형을 조금이라도 바로잡아보자던 두나라 정상의 「합의」는 역시 한때의 말장난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던가. 일본은 과연 언제까지 한국에 이웃나라로서의 신의를 보여주지 않을 작정인가.노태우대통령과 미야자와(궁택희일) 총리는 지난 1월 한일무역역조시정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6월말까지 작성한다는데 굳게 「합의」했으나,시한인 6월이 다 지나가도록 드러난 결실이 없다. 한마디로 일본측의 무성의 탓이다.
한일양국은 그동안 상공장관회의를 비롯,8차례에 실무회담을 잇달아 열고 일본의 첨단기술을 한국에 이전하기위한 「한일산업과학기술협력재단」의 설립과 의류 및 피혁·신발 등 대일수출 주종품목에 대한 관세인하문제 등에 관해 집중논의했다. 그러나 일본측의 미온적인 자세에 부딪쳐 어느것도 타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에 대해서까지 일본측이 이처럼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것은 국가간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이다. 역조시정의 첫발도 떼기 어렵게 된것은 물론 한일우호에도 큰 걸림돌이 될 상황이다.
한일국교정상화원년인 65년의 한일간 무역거래는 2억2천만달러에 불과했지만 26년뒤인 91년엔 1백52배인 3백35억달러에 이르렀다. 91년말 현재 한국으로서는 일본이 제2의 교역국이며,일본으로서도 한국이 5번째의 교역상대국이라는 관점에서 보더라도 한일양국은 서로 어느쪽도 소홀할 수 없는 교역파트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국교정상화 이후 일방적으로 대일무역적자를 누적시켜 91년까지 무려 1백63억달러의 불균형을 기록했다. 특히 91년도의 대일무역 적자는 사상최고인 87억6천만달러였다.
한일 양국정상이 『무역불균형의 시정이 양국의 우호협력에 필수적』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6월말 시한의 실천계획 작성에 합의하게된 배경에는 이같은 두 나라간 교역현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측은 우리나라가 가장 역점을 두고있는 산업과학기술협력재단 설립문제에 대해서 재단설립보다는 민간이 출자하는 기금형식으로 축소하자고 주장하는가하면 주한일본 종합상사의 영업범위를 확대하여 수입업무까지 허용하도록 요구하고나와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다.
물론 한일 양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민간차원의 한일경제협의체인 「경제인포럼」의 설치와 환경기술분야에서의 협력 등에 일부 합의한바 있다. 그러나 한국측이 최우선과제로 삼고있는 부분에 대해 기본적으로 미온적인 태도로 나오고 있음은 한일정상회담에서의 합의사항을 헌신짝처럼 저버린 것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일본은 산업과학기술 협력재단으리 설치와 한국에 대한 관셰·비관세장벽을 철폐하는 문제에 성의있게 나와야한다. 그것이 일본을 돕는 일이기도 하다. 6월말 시한까지는 아직 약간의 시간이 있다. 진정한 한일우호협력을 위한 마지막 가능성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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