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종합대책 발표 안팎/하반기 통화증가분 절반지원/상업어음 할인확대등 획기적/업계 “은행들 전당포 수준” 맹비난도재무부 한은 등 금융당국이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거품제거」라는 구조조정의 급류에 휘말려 하루밤 자고나면 20여개의 중소기업이 쓰러지는 위급한 상황을 감안,중앙은행(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발등의 불을 끄기로 한 것이다.
재무부가 25일 발표한 중소기업 자금지원 확대 대책은 파격적인 것이다. 통화증발을 막는다는 명분에서 꽁꽁 묶어 두고있던 상업어음 할인한도를 대폭 늘리기도 한것이 대표적이다.
또 은행의 중기어음 할인자금 확보를 위해 5천억원의 통화채를 현금을 주고 회수키로 했다. 이 두가지만으로도 중앙은행의 본원통화가 연간 약 2조원 풀려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무부는 이와함께 재작년 「5·8부동산 특별대책」의 일환으로 취해진 제3자명의의 부동산 담보대출제한 조치를 중소기업에 한해 원칙적으로 모두 해제키로 했다.
지금도 기업주나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의 거주주택에 한해 제3자 담보대출이 허용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대출수요를 제대로 충당할 수 없다. 좋든 싫든 담보대출이 관행화되어 있고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담보물 요구가 더 강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대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한은이 통화팽창을 우려하여 상당한 반대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을 우선 살려놓고 봐야 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한은도 전격 합의했다. 대신 불요불급한 대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대기업 몫을 줄여 총통화공급량을 적정수준(18.5%)으로 유지키로 했다.
재무부는 이번조치로 연말까지 약 5조원의 자금이 중소기업에 신규지원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조치가 없었더라도 약 3조원이 공급될 예정이었지만 2조원 가량이 추가되게 된 것이다. 올 하반기 총통화 공급량(9조9천억원)의 절반 이상이 중소기업에 돌아가게끔 하겠다는 계획이다.
재무부는 이같은 금융지원과 함께 법인세 20∼30% 경감 등을 포함한 중소기업 세제지원대책도 곧 발표할 계획이다.
재무부는 업계의 실태를 직접 알아보기 위해 금융당국자와 업계대표가 모인 가운데 중소기업 자금지원을 위한 대토론회를 가졌다.
재무장관 한은 총재 은행감독원장 각급 은행장 및 85명의 업계대표가 모인 가운데 벌어진 「난상토론」을 간추린다.
▲삼애리본 박창규회장=금융정책에 일관성이 없다. 5억 담보를 서고 2억∼3억원 대출받기로 지점장과 약속을 했었는데 막상 대출을 받으려고 가보니 지준이 강화돼 안되겠다고 했다. 온가족이 동원돼 간신히 자금위기를 넘겼다. 지준때문에 담보 범위내 대출약속도 마구 어겨도 되는 것인가.
▲영일기계 윤종석사장=요즘 국산기계를 쓰는 기업은 외화대출도 받을줄 모르는 무능한 바보라고들 말한다. 수입기계에 대한 외화대출금리가 연 8%인 반면 국산기계 구입자금의 대출금리는 12.5%로 국산기계를 사용하면 오히려 불리하다.
국산을 써도 무방한 분야에도 외국기계가 판을 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더코산업 김덕호사장=농공단지에서 산업폐기물을 활용해 건설자재를 생산하고 있다.
농공단지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곳인데도 대지에 대한 담보가 설정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 또 창업투자회사 역시 당초 설립취지가 퇴색됐다.
▲원풍물산 이원기사장=88년 민주화이후 종업원은 잔업을 거부하고 노사분규로 근무태도가 해이해 졌다. 게다가 올들어 자금압박이 극심해졌다.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정부출연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본다. 돈을 가져가라 해도 이미 담보를 다 설정해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대출받을 수가 없다.
▲한국베랄 김용웅사장=일반시중은행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은 불이익이 많다.
신소재개발의 경우 국책은행에서만 지원을 해줘 시중은행과 거래하는 기업은 금리부담을 더하게 된다.
▲서울컴퓨터자재 양창식사장=우리나라 은행은 20년전 처음 사업을 시작할때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다. 한마디로 전당포 수준이다.
은행에도 기업인을 영입해 현실감각에 맞는 금융지원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은행이 기업의 생산여탈권을 쥐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금공구 하흥룡차장=남동공단으로 공장을 이전하려다 1억8천만원을 날렸다. 중도금까지 치렀는데 부동산경기 침체로 기존의 공장부지가 팔리지 않아 자금부족으로 입주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공장이전에는 애로가 많은 만큼 지원이 필요하다.
▲삼화특수기계 강봉준사장=공정거래위원회가 활동하고 있지만 대기업의 횡포를 막는데는 역부족이다. 공정거래청으로 승격시켜야 한다. 또 준사법권까지 부여해 공정거래의 기틀을 잡아야 겠다.
▲동진단철공업 최순옥사장=가슴이 떨려 편지 형식으로 말할 걸 준비해 왔다. 정부는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그동안 착실하게 설비투자를 해왔고 품질관리에도 힘써왔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사명감에 넘친다. 그런데도 정부가 「거품이 빠지고 있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 우리회사는 최근들어 일감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인건비는 상승,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 그래서 다음달부터 장기휴무에 들어간다.
▲대영화학 오태규사장=수도권 주변의 농가나 축사도 중소기업 공장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돈 몇조원 푸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건축규제 물려 공장을 차릴 수가 없다.<홍선근·김경철기자>홍선근·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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