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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청장 “요금인상” 이색 호소/기획원에 부식된 전차선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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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청장 “요금인상” 이색 호소/기획원에 부식된 전차선 제시

입력
1992.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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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송안전위해 “시설개선 시급”『자 이 낡고 썩은 전차선을 좀 보세요』

『아니 어떻게 이렇게까지 됐습니까. 이러고도 전철이 다닙니까』

『철도청만의 잘못이 아닙니다. 제발 요금 좀 빨리 올려주세요』

『어려운 줄은 잘 알겠지만 한자릿수 이상은 안됩니다』

23일 상오 과천정부 제2청사의 한갑수 경제기획원차관 사무실에서 최평욱 철도청장과 한 차관 사이에 오간 대화의 개략적인 내용이다.

철도운영난 타개를 위해 운임인상을 끈질기게 요청해온 최 청장은 물가당국의 태도가 요지부동이자 「말로 해서는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에서 실물 호소작전에 나섰다. 최 청장은 이날 상오 손병훈 운수계획과장을 대동하고 또 경제기획원에 찾아가다가 도중에서 카폰으로 남영태 전기국장을 불러 『그걸 들고 빨리 쫓아오라』고 지시했다.

「그것」은 부식된 전차선 조가선 급전선 등이 박제된 나비처럼 나무상자에 담긴 전차선로 부식시설물 표본. 상오 11시께 경제기획원에 도착한 최 청장 일행은 한 차관에게 74년 개통이후 부식될대로 부식된 수도권 전철설비표본을 보여주며 최소한 7월부터 운임을 평균 20.3%는 인상해 주어야만 안전수송과 수송애로 타개를 위한 건설사업이 가능하다고 누누이 설명했다.

최 청장은 이어 남 국장 등에게 이 상자를 들고 김선옥 예산심의관 안병우 물가정책국장 박동식 조정과장 김주영 교통체신예산담당관 사무실을 차례로 돌며 수도권 전철의 실상을 알려주도록 했다.

철도운임을 평균 10.4% 인상하는 것을 전제로 올해 예산을 편성한 철도청은 1년의 절반이 지나도록 운임이 오르지 않아 세입결함 1천1백74억원에 세출부문의 수도권 전철 안전대책비 7백52억원,인건비 증가분 1백49억원 등 2천75억원의 재정상 문제를 안고 있는 상태. 게다가 24일 유가가 평균 13.4% 인상 확정돼 40억원의 추가부담이 또 늘어났다.

철도청은 그래서 경인 복복선전철 건설 등 투자사업비와 경상비 등을 축소,5백18억원을 충당하고 운임인상과 추경편성 등으로 부족재원 1천5백57억원을 해결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인상폭에서 제동이 걸려 몸이 달아있다. 더욱이 버스 택시 해운 항공요금이 모두 올랐는데도 철도요금만 아직 조정해주지 않는 것이 철도청으로서는 큰 불만이다.

남영태 전기국장은 『수도권 전철 1호선의 전차부품 총연장 1천7백㎞중 69%인 1천1백73㎞가 개량 대상』이라며 『이중 22%에 대한 사업비는 확보됐으나 나머지는 돈이 없다』고 말한다.

부식시설물 표본을 본 경제기획원 관계자들은 『이렇게까지 낡은 줄은 몰랐다』 『왜 그대로 두었느냐』고 놀라움을 표시했지만 그렇다고 운임 인상폭을 훨씬 높여줄 것 같지는 않았다는 것이 철도청 관계자들의 말이다.

최평욱 철도청장은 『갖고 갈수만 있으면 전동차도 들고 가 보여주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임철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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