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2.06.25 00:00
0 0

이솝이 어렸을때의 일이라고 한다. 선생님이 이솝에게 공중 목욕탕에 사람들이 많은가를 알아보고 오라고 시켰다. 한참후에 돌아온 이솝은 「한사람밖에 없다」고 보고했다. 선생님은 그러면 됐다면서 이솝을 비롯한 제자들을 데리고 목욕을 하러 공중목욕탕엘 갔다. ◆이솝의 말과는 달리 목욕탕은 발을 들여 놓을 틈도 없을 만큼 초만원이었다. 놀란 선생님이 이솝에게 물었다.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냐. 이솝은 대답했다. 제가 왔을때 목욕탕 정문 입구에 큰 돌이 하나 버티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걸려 넘어지고 발을 채이곤 했습니다. 아무도 그 돌을 치우지 않고 피해서 목욕탕으로 들어 갔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한사람이 혼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돌을 치워놓고 목욕탕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람이라고 다 사람입니까. 제눈에는 그 돌을 치운 「그 사람」만이 사람으로 보여 목욕탕에는 「사람은 한명밖에 없다」고 한 것입니다. 불후의 명작 「이솝 우화집」을 남긴 천재성은 어릴때부터 번뜩였나 보다. ◆오됐건 BC6세기 사람인 이솝이 다시 살아나서 지난 18일의 우리 국무회의 광경을 지켜봤다면,장관이 몇명이나 있다고 말했을는지,그게 궁금하다. 그날 국무회의에는 분명히 18명의 장관이 참석했다고 한다. 그 국무회의는 초·중·고교 운동장과 인도를 야간에 주차장으로 전용하자는 정책방향을 결정했다해서 유난히 관심을 끄는 국무회의가 됐다. 그날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장관들의 눈에는 교육시설인 학교운동장과 보행자를 위한 인도가 그냥 비워둔 빈터로 보였던 모양이다. ◆운동장을 주차장화할때 교육시설이 당해야 하는 피해와,그 피해가 그들도 입으로는 그렇게 중요하다고 외쳐대는 2세 교육과 직결된다는 것을 몰라서 그런 결정을 했다는 것인가. 이솝이 봤다면 장관이 한명도 없는 국무회의라고 꼬집지는 않았을까. 국외자의 얼굴마저도 화끈해진다. 운동장은 교실과 똑같은 교육시설이다. 교실을 주차장화 하겠다는 것과 다를바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