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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평화회담 돌파구” 들뜬 기대/이슬라엘 총선개표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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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평화회담 돌파구” 들뜬 기대/이슬라엘 총선개표 안팎

입력
1992.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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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승 노동당 아랍국과 의견 상당접근/미 원조도 확대될듯… 경제난 해소 전망【런던=원인성특파원】 이츠하크 라빈 당수가 이끄는 노동당이 23일의 이스라엘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둠으로써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에 마침내 평화가 찾아오리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선거결과 노동당의 압승과 대아랍 온건노선의 좌파연립정부 구성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국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요르단 등 주변 아랍국가들이 환영일색인 것은 이같은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선거직전까지 여론조사 등의 예상은 노동당이 집권 리쿠드당에 승리를 거두겠지만 노동당이 주도하는 좌파와 리쿠드당을 중심으로 한 우파세력중 어느쪽도 1백20석의 크네셋(의회)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확보하지는 못하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노동당이 당초 예상을 웃도는 압승을 거두고 연정 파트너가 될 중도좌파 계열의 3개 정당 연합인 메레츠 역시 눈부신 약진을 함으로써 15년만에 리쿠드정권을 몰아내고 좌파주도의 연정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라빈이 이끄는 새 이스라엘 정부는 현재 진행중인 중동 평화회담을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체의 타협을 거부했던 샤미르 총리의 리쿠드 정권과는 달리 노동당의 대아랍정책은 회담의 장애가 돼온 주요 쟁점에서 아랍국들과 상당한 접근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주도로 시작된 중동평화 회담에서 걸림돌이 된 문제는 지난 67년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획득한 점령지의 반환여부와 이곳에 대한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팔레스타인 자치 등이었다.

샤미르 전 총리의 리쿠드당과 달리 노동당은 6∼9개월안에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 팔레스타인인의 자치를 허용하고 정착촌 건설을 즉각 중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시리아와의 쟁점이 돼 있는 골란고원 문제도 『평화를 위해서는 영토를 양보할 수도 있다』는 적극적인 태세이다. 유세기간중 라빈은 여기에다 동예루살렘지역 팔레스타인의 회담대표 자격도 인정하겠다고 밝혀 평화회담의 급진전 가능성을 예고한바 있다.

이스라엘 노동당이 예상을 훨씬 앞서는 승리를 거두게 된데는 리쿠드당의 15년 장기집권에 따른 염증과 유권자의 10%에 이르는 옛 소련계 유태인 이민의 지지,국제적 고립에 의한 경제침체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노동당이 안보문제에 소홀하다는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다시 앞에 내세운 라빈의 개인적 공헌이 절대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22년 예루살렘에서 태어난 라빈은 반영 지하활동을 벌였던 샤미르와 달리 2차대전중 영국군으로 복무한 경력이 말해주듯 현실적인 노선을 걷고 있다. 64년 참모총장을 맡아 67년 6일 전쟁에서 세계를 놀라게한 승리를 거두고 전쟁영웅으로 떠오른 라빈은 향후 관리의 문제점을 들어 요르단강 서안의 점령에 이의를 제의하기도 했었다. 68년 주미대사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지난 74년 총리에 취임했으나 부인이 법을 어기고 미국에 예금계좌를 갖고있는 사실이 드러나 3년만에 물러났었다.

지난 84년부터 리쿠드당과의 연정에서 국방장관을 맡았던 라빈은 팔레스타인인의 불복종운동 등에 강력하게 대처해 안보문제에 관한한 누구보다도 신뢰할만하다는 이미지를 구축하기도 했다.

라빈이 이끌 새정부는 국내적으로 심각한 경제난을 타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샤미르의 강경노선이 자초한 국제적인 고립과 전통적인 후원자인 미국과의 불화로 이스라엘의 경제는 침체를 계속하고 실업률이 11.5%에 이르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고있다.

48년 건국이래 7백70억달러를 원조하고 요즘도 매년 40억달러를 원조하는 미국은 샤미르와의 갈등과정에서 이같은 원조의 중단내지는 삭감까지 고려했었다. 라빈의 집권으로 미국이 유보했던 기존의 1벡억달러 차관지원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평화회담이 진전될 경우 대외무역과 투자 등에서 활기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사상 처음으로 주요 아랍국들이 참가한 중동평화회담의 전망도 밝은 편이다. 아랍국들이 전통적인 지원세력인 소련의 붕괴와 걸프전 후진국과의 관계개선으로 기존의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리고 PLO 역시 투쟁보다 대화에 의한 해결을 모색하는 등 주변여건이 호의적으로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공을 넘겨받은 이스라엘 역시 국민여론이 평화회담을 지지하고 있어 라빈이 중동평화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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