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압력에 무릎 꿇은셈/공공요금 연쇄상승 촉발 우려정부는 이번 유가인상 조치가 에너지 절약유도를 위해 불가피 했음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기름값 인상이 공산품 원가에 미치는 파급영향이나 인플레 심리자극 효과 등을 감안할때 대폭 인상이 불가피 했는지 의문을 떨칠 수 없다. 국제유가가 연초에 비해 오르긴 했지만 국내 유가를 두자리수까지 올리면서 흡수할 정도는 아니다. 정부는 에너지 소비억제를 노려 일부 유종의 인상률을 높였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럴바에야 차라리 세금을 더 올려 이 재원으로 에너지 절약시책을 추진하는 것이 더 현명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유가인상은 정유회사의 인상압력에 정부가 무릎을 끓은 모양이 돼버린 감이 없지않다.
정부가 내세우는 이번 인상의 배경은 크게 두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국제원유 가격이 여름철 비수기임에도 계속 상승,이달말부터 도입되는 원유가는 배럴당 18달러를 웃돌 전망이라는 것. 원화 환율도 올들어 계속 오르는 추세여서 이 두가지 비용요인을 현실화할 수 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기준유가는 배럴당 종전 16달러90센트서 18달러로,기준 환율이 달러당 종전 7백65원에서 8백원으로 각각 조정되면서 9.2%의 인상요인이 산출됐다.
여기에다 서민용 연료인 석탄가격을 올해도 동결하기 위해 필요한 1천1백억원과 정유사의 적자보전 지원액 9백50억원 등 총 2천억여원의 석유사업 기금 마련에 4.7% 포인트를 반영,평균 13.9% 인상(공장도 기준)을 확정했다는 것.
경제기획원은 원유가 상승과 석유기금 조달액 등을 한꺼번에 반영했다면 평균 22%이상 대폭 인상됐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올들어 지난 5월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는 1년전 보다 14.7% 늘어난 반면 석유류는 평균 26.8%나 소비가 급증,가격인상을 통한 에너지 절약유도가 불가피한 측면도 적지 않다.
원유도입 증가에 따른 국제수지 악화에 못지않게 리우 지구정상회담에서 보듯 국제 환경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과소비 현상이 그냥 방치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기획원 관계자는 『이번 인상조치로 물가지수상으로 도매 1.11%,소비자 0.33%씩 직접적 상승부담이 생겼다』면서 『현재의 원유가·환율체계에 중대한 변화가 없는 한 연내 추가인상 요인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인상시기와 관련,『당초 7월1일에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사재기 등 유통 왜곡현상이 빚어져 어쩔 수 없이 조정일자를 앞당겼다』고 밝혔다. 결국 산업용 유류인 벙커C유와 서민용 취사연료인 LPG는 각각 한자리수로 인상률을 낮추고 소비성이 강한 휘발유는 24%가량 올리는 선에서 산업경쟁력 저하요인과 서민가계 부담을 각각 최소화하는 한편 에너지 절약을 촉구하려는 것이 이번 인상내역의 초점이 라는 설명이다.
사실 그동안 유가인상은 단행시기와 안상폭만이 정해지지 않은채 지난해말부터 줄곧 예고돼 온거나 마찬가지였다.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는 입장에선 진작 유류값을 크게 올려야 과소비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많은 국민들이 내수침체 등 경기후퇴를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요즘이므로 이번 유류값 인상은 적어도 소비절약 차원에선 상당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올들어 가까스로 진정기미를 보여온 물가오름세가 다시 촉발될 우려가 크다는데 있다.
올 소비자물가는 농수축산물 가격의 이례적 안정에 힘입어 상반기중 4% 미만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공공요금은 당국의 인상시기 분산노력에도 불구,지난달까지 평균 6.5%나 올라 전체물가 상승폭의 2배에 육박할 정도로 오름세를 선도해왔다.
하반기에도 지하철(20% 인상예상) 기차(11.6%) 상수도(5%) 하수도(30%) 우편(3.3%) 요금 등이 잇따라 조성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각종 공공요금은 원가상승 요인을 가격인상을 통해 현실화하지 않을 경우 재정지원으로 적자를 보전할 수 밖에 없어 무한정 인상을 늦출수만은 없음도 사실이다.
그렇지반 정권교체기에다 선거를 앞두고 들뜬 사회분위기를 틈타 각계각층이 내몫찾기에 나설경우 향후 물가는 봇물 터지듯 연쇄 상승할게 뻔한다.
여러모로 불가피한듯 보이는 이번 인상조치가 올하반기 물가관리에 심상찮은 그림자를 드리울 조짐으로 해석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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