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형 몸매」서 「여성 회복」/“약물 복용혐의” 5달전에 경기 출전금지령/여드름 사라지고 날렵함 살아나【베를린=강병태특파원】 약물복용 여부로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세계최고의 독일 여자 스프린터 카트린 크라베(22)가 최근 갑자기 여성적 몸매를 회복,과거 「죄상」에 대한 의혹을 굳혀주고 있다.
구 동독 출신의 크라베는 지난 1월 근육강화제 복용혐의로 독일 육상연맹으로부터 4년간 출전금지처분을 받았다가 3개월만에 육상연맹법률 위원회의 말썽 많은 번복판정으로 해금됐었다. 그러나 국제육상연맹은 아직 혐의를 풀지 않고 있고,27일 그의 바르셀로나올림픽 출전 허용여부에 대한 최종판정을 내릴 예정이다.
크라베는 이같은 논란속에 5개월 동안 공식 경기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14일 노이브란덴부르크에서 열린 한 친선경기에서 불과 5개월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내 팬들과 전문가들에게 즐거움과 경악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크라베는 과거보다 날렵한 몸매에 얼굴의 여드름도 사라지는 등 용모도 예뻐져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러나 사진기자 등 전문가들에게는 납작하던 그의 가슴이 처음으로 여성답게 커진 것이 우선 눈에 띄었다.
가슴뿐 아니라 불거졌던 어깨근육과 빗장뼈위의 삼각근이 모델처럼 유연해졌고,특히 두드러졌던 허벅지 근육과 엉덩이 등 뒷모습도 부드러운 곡선으로 변했다. 사진기자들은 「전혀 다른 여자」라고 놀라움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4파운드(1.8㎏)의 근육이 빠진 것으로 추정했다.
크라베의 이같은 돌연한 변모는 그의 약물복용시비를 불러 일으켰던 근육강화제 아나볼릭의 일반적 효과를 고려할 때 당연히 『아나볼릭 복용을 중단했기때문』이란 추리를 낳았다.
아나볼릭은 남성 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화학적으로 합성한 물질로,이를 복용 또는 주사하면 근육질을 강화하는 동시에 피하지방질과 여성의 유방 주변 지방층을 없애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부작용으로 흔히 얼굴 어깨 및 등의 땀선 등에 여드름이나 종기가 나기도 한다.
이 아나볼릭을 복용하다가 중단할 경우 3∼5개월이 지나면 약효가 소멸한다. 즉 크라베처럼 근육층이 다시 줄어들어 여성특유의 몸매가 되살아나고,여드름 등의 부작용도 없어지는 것이다.
시비에 휘말렸던 지난 5개월 동안 훈련을 안해 근육층이 줄어들었을 것으로 가정할 수도 있으나,크라베측은 스스로 『정신적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강훈련을 계속해왔다』고 밝혔다.
특히 크라베는 그동안 계속 좋은 기록을 유지해 왔다고 밝힌 것과는 달리 이날 1백m 경기에서 자신의 최고기록보다 0.81초나 뒤진 11초70의 저조한 기록을 보여 약물효과가 사라진 때문이란 심증을 한층 굳혀주었다.
크라베의 약물복용 논란은 지난 1월 여자 투원반 독일 챔피언인 베렌돈크가 동독 여자 스프린터들의 아나볼릭 복용사례를 폭로하면서 크라베도 지목해 시작됐다. 이 충격적 폭로에 독일 육상연맹은 당시 남아공에서 전지훈련중이던 크라베 등 3명이 여자선수들에 대한 도핑검사를 남아공 육상연맹에 긴급의뢰했다.
이들의 소변검사 결과 약물복용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3명 모두 동일인의 소변을 제출,도핑검사를 속이려한 사실이 밝혀져 모두 출전금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 사건은 독일 신문들이 연일 3∼4개면에 걸쳐 보도할 정도로 엄청난 파문을 몰고 왔었다. 그러나 더 큰 파문은 지난 4월 육상연맹법률 위원회가 크라베측의 『약물복용 증거가 없다』는 항변을 받아들여 「무죄」 판정을 내려 해금결정을 함으로써 빚어졌다.
당시 체육계 일각에서는 이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있었으나,도핑전문가들과 언론 등에서는 『도핑규제 제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전례없는 도전이자 망발』이라는 비난과 개탄이 거세었다.
독일 언론들에 의하면 크라베를 현재도 지도하고 있는 구 동독 육상대표 코치는 선수들에게 근육강화제를 강제로 복용케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육상연맹은 이같은 사실이 확인된데도 불구,바르셀로나올림픽을 염두에 두고 크라베를 구제하는 무리를 무릅쓴 것으로 언론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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