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중등 열강도 제목소리 못내/원조금 갹출은 성과… 앞날 불투명【동경=문창재특파원】 22일 저녁 폐막된 캄보디아 부흥 동경회의는 일본의 국제 정치력을 크게 격상시킨 기념비적 행사였다.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협력법 통과와 때맞춰 열린 이번 회의는 주최국 일본의 독무대였다. 미국도 러시아도 큰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 캄보디아 문제에 「연고권」을 주장해온 프랑스와 중국의 역할도 돋보이지 않았다.
회의가 폐막된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캄보디아 부흥 및 평화를 지원하는 회의로서는 보기드믄 성과를 거두었다』고 만족해 했다.
우선 부흥지원 자금을 유엔의 요청액수(6억달러)보다 많은 8억8천만달러 거출키로 합의한데서 알 수 있듯이 예상외의 성과로 인정된다. 이 가운데 일본이 가장 많은 1억5천만∼2억달러를 제공키로 했기 때문에 원조액 초과달성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도 수긍할만 하다.
이번 회의서 일본의 역할이 유독 돋보인 것은 이 회의를 제창하고 주도한 나라라는 사실 이외에 몇가지 추가요소가 있다. 첫째는 유엔캄보디아 임시 행정기구(UNTAC)의 아카시 야스시(명석강) 대표가 일본인이라는 점이다.
실질적으로 캄보디아를 다스리는 유엔기구의 최고 책임자가 일본인인데다 캄보디아 최고 실력자 시아누크공이 일본과 긴밀한 협조관계에 있고 프놈펜 정부수반 훈 센 총리도 일본의 영향력 밑에 있다.
이같은 역학관계를 이용한 일본은 회의의 모양새를 완전히 갖추기 위해 중국과 태국의 도움으로 폴 포트(크메르 루주)파 지도자 키우 삼판의장을 회의장에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일본정부는 당초부터 이번 회의를 정치적 역할을 확대를 노린 외교의 시금석으로 삼았었다. PKO협력법 통과에 이은 이 행사의 성공이 국제적 발언력 강화에 절호의 찬스로 본 때문이다.
캄보디아부흥 지원문제에 예상 밖의 성공을 거둔데 이어 일본은 「캄보디아 부흥 국제위원회」(ICORC)라는 상설 국제기구를 설립,의장국이 되는 숙원도 달성했다. 명실상부한 캄보디아 종주국의 지위를 굳히고 국제적인 공인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 행사의 양대목표중 하나인 캄보디아 평화 프로세스의 진척은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회의를 보이콧하던 폴 포트파가 회의개막 전날 태도를 돌변,삼판 의장이 서둘러 동경에 날아온 사실만으로도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공식 비공식 회의를 통해 무장해제를 거부하는 강경한 자세를 재확인시켜 주었을 뿐이다.
국제적 고립을 모면하기 위해 회의에 참석했지만 작년 10월 파리평화협정에 의한 평화실현 과정에 대한 불만을 공식화한 것이다.
UNTAC는 이달 중순 정전 제2단계를 맞아 캄보디아 4개파의 무장해제 작업에 착수했다. 3개파는 순응하고 있지만 폴 포트파는 베트남군이 아직 잔류하고 있다는 이유로 완강히 거부,UNTAC 요원의 자기 지역출입마저도 막고 있다.
폴 포트파가 이토록 완강하게 저항하는 것은 베트남군의 침공하에서 수립된 현재의 프놈펜의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이 파는 「괴뢰정권」을 탄생시킨 베트남 군이 아직 완전 철수하지 않고 캄보디아 영내에 6천여명이나 남아있다고 주장,전투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프놈펜 정권을 더욱 약화시키고 지배지역을 더 늘려감으로써 실익을 더하려는 속셈에서이다.
22일 캄보디아 지원 각료회의 폐막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 일본 등 9개국 대표는 비공식 회합을 갖고 베트남 군 잔류여부를 확인하는 UNTAC의 검증활동에 폴 포르파의 옵서버 참여를 제안했다. 그러나 삼판 의장은 이를 수락하지 않고 오는 7월2일 프놈펜에서 최종회담을 제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동경에 있는 한 인도차이나 관측통은 『폴 포트파가 자위대의 상륙을 가디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캄보디아에서의 일본의 역할에 적대감을 품고 있는 이 조직이 자위대에게 적대행위를 가해 사상자를 냄으로써 정치적 파급효과를 거두려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경제적 실익을 얻기위해 캄보디아 문제에 깊숙히 발을 들어논 일본에게 폴 포터파 3만 무장병력은 물귀신 같은 존재가 되고 말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