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는 세금이 없다」 외국의 한 속담이다. 물 쓰듯 멋대로 써도 비용과 부담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반대로 함부로 쓰지 말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 같다. 언어는 구분에 따라 여러종류가 있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말과 상스럽고 억센 말이 쓰이기도 한다. 되도록 깨끗한 말을 쓰기 위해서 언어순화운동은 끊임 없이 계속된다. 말의 수준이 곧 문화의 척도인 것이다. ◆「거칠고 독살스러운 말은 그만큼 근거가 약한 것을 시사한다」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의 말이다. 욕설이나 그밖의 비속어는 대개 과장이 심하다. 이런 말을 내뱉을 때엔 까닭없이 목청이 높아진다. 상대를 짓누르고 모욕을 가하자니 저절로 그럴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자기의 무교양과 무식이 드러나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지금은 크게 달라졌으나,과거 논산 훈련소의 기억중엔 거친 욕설을 잊지 못한다. 입소 하자마자 「군기」를 불어 넣자는 의도인지 아니면 버릇 탓인지 험악한 말이 쏟아져 나오기 일쑤였다. 그래야 군인정신이 투철해 진다고 착각했을지 모른다. 「까라면 깟지」 하는 투의 말이 예사롭게 입에 오르내린다. 훈련병들은 험한 언어들이 역겹다고 투덜 댈 틈도 없이 그런 분위기에 젖어 버렸다. ◆이것은 언어의 폭력이다. 군기가 욕설이나 상소리를 써야 잡힌다는 것부터 큰 잘못이다. 인격에 상처를 입고 모독을 당하여 반발이 속으로 쌓여갈 뿐이다. 요즘 군 자체내에서 언어폭력 추방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반갑고 다행스럽다. 하급자나 졸병이라고 해서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 말라는 이유가 하나도 없다. 「야」하는 위협적 언사보다 「아무개 일병」 하는 호칭이 얼마나 훌륭한가. ◆군대만이 아니다. 다른 집단이나 일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언어폭력은 쓸어냄이 옳은 일이다. 욕쟁이가 큰 소리치는 세상은 슬픈 저질의 세상이다. 아름다운 말만 골라 써도 평생을 쓰고 남음이 있다. 욕설 한마디씩 줄여도 사회가 한결 부드러워진다. 세금 안낸다고 말을 마구쓰면 안된다. 국어순화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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