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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를 볼모삼지 말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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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를 볼모삼지 말라(사설)

입력
1992.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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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2일 8·15 이산가족 노부모 교환방문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3차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에서 남한측이 주장해온 핵상호사찰 요구를 들어 교환방문 교섭이 진전되기 어렵다고 위협적인 자세를 보이며 실무절충을 거부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되풀이 하는 얘기지만 흩어진 핏줄을 다시 잇는 이산가족 재회문제는 정치성은 물론 어떤 다른 핑계도 개재될 수 없는 일이며,또 막을 수 없는 인륜이자 천도이다. 때문에 북한이 만일 현재 전세계로부터 질책과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핵의혹에 따른 궁지를 모면하기 위한 대남 위협용으로 교환방문 문제를 지연 또는 무산시킬 경우 겨레의 열화같은 지탄이 어떠하리라는 점을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이다.북한측은 이날 회의 벽두 최근 남한측이 남북간의 합의대로 상호 핵사찰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 남북관계에 실질적인 개선이 없을 것이라고 한데 반발,이것이 남한측의 공식입장이라면 교환방문 사업이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소식이다. 여기서 우리는 어디까지나 정치와는 무관한 인도적인 사업만을 논의하게 되어 있는 적십자간의 회담에서 북한이 느닷없이 핵문제를 들고나온 속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지난 85년 이래 7년만인 이번의 교환방문이 어떻게 논의되게 되었던 것인가. 지난달 서울서 열렸던 제7차 남북고위급(총리) 회담의 합의문 5항에 수록된 대로 「남북합의서 이행에 대한 첫 선물을 민족앞에 내놓으려는 염원에서 8·15 해방 47돌을 계기로」 합의한 것이다. 더구나 북한은 이의 실천을 위한 지난 5일 제2차 실무접촉에서 「이 교환사업에는 어떠한 전제조건도 있을 수 없다」고 합의 함으로써 핵문제를 비롯한 일체의 정치적 문제를 배제하기로 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20여년간 각종 남북교섭에 있어 북한이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을 때마다 대남 협박성 으름장으로 합의를 깨거나 회담을 결렬 또는 교착시켜온데 익숙한 경험을 갖고 있다. 얼마전만 해도 「5월 상호핵사찰 규정마련,6월 사찰」이란 남북 합의를 위반한 북한이 오히려 연형묵총리 명의로 『남한이 합의이행 촉구를 계속할 경우 교환방문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대남경고 전통문을 보내온 것이 좋은 예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의 위협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이번 경우 북한이 온겨레가 애절하게 원하고 또 어렵게 합의한 8·15 교환방문 사업을 무산시키는 엄청난 우를 범하지 않을 것으로 애써 기대하고자 한다. 즉 지난 2차 접촉에서 3박4일의 방문일자(8월25일∼28일)에 합의했고,또 상호방문자 1백명의 명단을 1개월전에 교환하게 되어있어 아직 시간이 있는데다 추가명단 제출,재회가족의 합숙 및 고향 현지방문 등을 논의키로 했던 만큼 북한의 돌연한 강경자세를 절충의 결렬로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북한측에 재삼재사 강조하고 싶다. 이산가족 재회와 핵사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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