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접근에 「북한카드」 이용/대만/경제난 타개위해 지원 절실/북한【홍콩=유동희특파원】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대만을 방문한 북한의 경제대표단(단장 전 무역부장 최정근)은 북한대만간 직항로 개설과 원산 및 남포항의 개방 등을 제의하며 대만과 경제교류에 전례없는 적극 공세를 폈던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은 또 5월1일부터 대대만 직접통신을 허용하는 통신개방 조치를 취했다.
19일 이와 관련한 대만 및 홍콩 언론보도에 따르면 북한 방문단의 귀국후 북한으로부터 많은 주문이 쏟아지면서 대만 기업인들은 북한에서 상품전을 열거나 북한 시장조사를 위해 2개의 경제무역 방문단을 파견키로 하는 등 대만쪽에서도 북한의 접근 움직임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이번 경제대표단 방문은 전직 각료급이 단장이긴 하지만 형식은 「민간차원」의 방문이었다.
그러나 북한대만간의 경제적 접근 움직임은 정치·외교적인 측면과 결코 분리시켜서 생각할 수는 없다.
북한의 대표단을 초청한 대만의 민간단체는 국제무역협회. 국제무역협회의 이기신비서장은 지난 5월 북한을 비밀리에 방문했었다.
이때 양측은 ▲민간관광 교류실시 ▲항공운송로 개설 ▲평양,대북에 상호연락사무소 설치 등 민간단체끼리의 합의만으로는 성사시키기 어려운 내용이 담긴 「합의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만은 북한에 대해 대북한 교역허가 신청절차를 해제,서방국가와 동등한 처우를 받게 했다.
당초 5월 중순으로 예정됐던 북한 대표단의 대만방문이 6월초로 늦춰진 것은 대만 외교부가 비자발급을 늦추었기 때문으로 보도됐다.
결국 대만 입법의원이 개입,비자발급이 이루어졌다고 대만 언론들은 전하고 있지만 대만 외교부의 방침 변경은 4월에 있는 이상옥 외무장관의 중국방문과 5월초에 이루어진 장언사 총통비서장과 장효엄 외교부 차장 등 이등휘 총통특사의 한국방문 결과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즉 중국과의 수교에 따른 한국측의 대만처리입장의 윤곽을 알게된 대만측이 「북한카드」를 쓰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측도 대만과 마찬가지로 한국을 겨냥,「대만카드」를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부가 핵문제와 경협문제를 연계시키는 입장을 고수하지 경제난 타개가 우선과제인 북한으로서는 대만쪽으로 눈을 돌린 것이라고 보야야 할 것이다.
북한과 대만의 접근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이기신비서장의 발언중에는 예사로 보아 넘길 수 없는 대목이 있다. 이 비서장은 대만의 공상시보와의 회견에서 『북한의 주석 김일성이 자신의 자서전에서 중국의 손문선생을 존경하며 치국의 기본이념도 삼미주의에 연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라고 말했다. 바로 이 때문에 북한은 대만에 대해 항시 친밀감을 가져왔다는 것이 이 비서장의 부연설명이었다.
북한과 대만의 지도급 인사간에 정치이념상의 유사성을 논의한 것이 사실이라면 양측은 외교적 접근의 가능성마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조금은 성급한 추론마저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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