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테두리내 대여 몰아붙이기/기존 판례들어 “위헌성 충분”/민주/“요건 못갖춘 정치공세” 공박/민자민주당이 20일 정부·여당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연기가 헌법위반이라고 주장,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함으로써 자치단체장 선거를 둘러싼 정치공방은 또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90년 7월 방송관계법 등의 변칙통과를 둘러싸고 야당이 제기한 것에 이어 정치적 사안으로 두번째로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오른 이 사건은 그 동안의 정치적 공방에 법정공방을 가미시킬 것 같다.
사건을 접수한 헌법재판소는 3명으로 된 지정 재판부에서 30일이내에 이 사건이 헌법재판소의 심사대상이 되는지를 결정하고 일단 심사대상이 된다고 판단되면 9명으로 구성된 전원 재판부에 넘겨 1백80일이내(강행규정은 아님)에 위헌여부를 판가름하게 된다.
○…민주당은 20일 예정대로 노태우대통령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연내 자치단체장 선거실시를 관철시키겠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민주당의 이날 헌법소원은 김대중대표가 『민주주의 발전과 국민정서를 감안해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힌데 비춰 볼때 자치단체장 선거와 개원에 임하는 민주당의 입장이 일단 강경으로 기울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대여 지자제 공세에 강온 양면 전술을 구사,여당을 최대한 몰아붙이면서도 법의 테두리에서 관철시켜 나가겠다는 측면을 부각시키는 효과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김 대표가 당내 변호사 출신 인사와 협의하고 또 현역 헌법재판소 재판관과도 법리적 가능성을 검토한 끝에 결정한 이번 헌법소원 청구에 대해 민주당은 나름대로 성공의 가능성이 있다고 점치고 있다.
이번 「공권력 불행사로 인한 참정권 침해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은 『노 대통령이 법정시한인 6월12일까지 자치단체장 선거공고를 하지 않은 것은 선거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라는 점이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출마준비자인 박실의원 등 청구인 59명이 바로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이 정한 「공권력 불행사」로 인해 피해를 입은바 이는 충분히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대통령의 공권력 행사·불행사는 행정심판이 아닌 헌법심판의 대상이 된다는 점 ▲통치행위가 일반법원의 사법적 심사대상은 아니더라도 대통령이 초헌법적 존재가 아닌 만큼 헌법재판소의 심사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요건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또 출마준비자 등의 기본권 침해가 재판으로 구제받아야 할만큼 구체적이냐(직접성)에 대해서는 90년 대법원의 법무사시험 시행규칙에 대한 헌재결정을 선례로 들고 있다. 당시 헌재는 『대법원의 시험연기로 인해 법무사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왔다』고 판시한 바 있다. 민주당 주장은 자치단체장 선거연기로 인한 「참정권침해」도 충분히 인정될 만하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사실상 「6월30일 이전 자치단체장 선거」가 불가능해진데다 정부·여당이 헌재 결정전에 선거실시 시기를 연기하는 내용의 법개정안을 통과시킬 경우 헌법소원의 실익이 없지 않느냐는 의문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반론을 편다.
이미 조성된 위헌상태는 치유될 수 없다 하더라도 추후의 위헌행위의 되풀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헌법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헌법재판소는 변호인 접견시 교도관이 대화를 들을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하는 것을 변호인접견권 침해라고 판결하면서 『당해사건에서 이미 침해된 기본권을 회복할 수 없게 됐더라도 앞으로 유사사태의 재발을 막기위해 한번 침해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면 상징적으로라도 위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한편 헌재가 1백80일내에 판결을 내리도록 규정한 것이 훈시규정이어서 명확한 태도를 유보하고 시간을 끌 경우에 대비,민주당은 『그 경우에는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로 다시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장석화대변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단 위헌판결이 나면 노 대통령은 빠른 시일안에 지자제를 전면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자당은 민주당의 헌법소원 청구를 법적 대응의 형식을 빈 정치적 공세로 보면서 야당측의 논리를 공박하고 있다.
박희태대변인은 이와 관련,『민주당이 헌법소원을 청구한 것은 헌법소원의 본래 취지인 「법적구제」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부·여당이 단체장선거 실시시한을 넘긴 것을 부각시켜 이를 헌법위반으로 몰아붙여 정치공세를 강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박 대변인은 또 『정치적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이를 사법기관에 가져가는 것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사법기관을 정치의 소용돌이로 끌어들이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의 제소는 최대한 신중해야 하고 정치적 사건의 경우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고 민주당을 공격한다.
민자당은 민주당의 헌법소원 청구를 법적행위가 아닌 정치행위로 보고 있는 것이다.
민자당은 이 사건에 대한 법적 검토결과 『헌법소원은 특정한 개인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구체적으로 침해됐을 경우에만 심사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 사건에선 특정한 개인도 없고 구체적으로 침해된 기본권도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즉 민주당의 헌법소원 청구서에 청구인으로 기재된 사람들은 「막연히 단체장선거에 출마를 희망했던 사람들」이며 이는 법률상 「불특정 다수인」에 불과,헌법소원의 청구인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민자당은 『단체장선거 출마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법률적으로 도저히 구분이 불가능하고 민주당측 논리대로라면 피선거권이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해당된다는 얘기』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헌법소원의 두번째 요건인 「기본권의 구체적 침해」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민자당에 의하면 공권력의 불행사에 의하면 헌법소원은 ▲헌법에서 기본권 보장을 위해 명시적으로 법령에 위임했는데도 이를 이행치 않은 경우 ▲구체적 기본권 보장을 위해 국가의 행위의무가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에서만 인정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단체장선거 실시시기는 지방자치법의 부칙규정에 규정돼 있을 뿐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위임하고 있는 사항이 아니므로 이를 연기했다해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헌법상 국민복리증진의무(69조)를 지고 있는 대통령이 어려운 경제현실 등 현실을 무시하면서까지 단체장선거 실시시한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신재민·황영식기자>신재민·황영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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