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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세탁/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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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 세탁/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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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최고통치권자가 되기위해서는 어떤 자질과 능력이 요구되는가.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지도자의 자질로서 국가적 상황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국익에 대한 책임감,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내세웠다.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시대에 고위관리이자 문필가로 이름 높은 헨리 테일러경은 무엇보다 능력있는 인재를 적소에 기용하는 용인술을 제1의 요건으로 삼았고 다음으로 거짓말 안하는 진실성,양심적인 자세,우유부단함이 없는 시원한 결단력,예의범절을 지닌 몸가짐 등을 제시했다.

최근 한국일보사가 창간 38돌을 맞아 21세기를 앞둔 새로운 리더십 모색의 일환으로 미디어리서치사에 의뢰,실시한 「바람직한 지도자상」에 대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면 국민이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어떠한 지도자를 바라고 있는가를 읽게 해주고 있다. 즉 지도자를 평가하는데 있어 중요한 고려조건은 정치력(26.6%) 도덕성과 민주화 공헌도(각각 24.4%) 정책(8.6%)의 순으로 되어있고 현재 필요한 지도력의 형태로는 민주적인 지도력(56.4%) 강력한 지도력(39.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사실 도덕성의 경우 미국은 공직자 지도자에게 이를 제1의 자격요건으로 삼고 있다. 잘 알려진대로 대통령 후보지명에 나서는 각당의 인사들은 각당의 후보지명전에 앞서 1년 이상 여론의 심판을 받는다. 언론이 나서서 그 사람의 출생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족적과 처신을 이잡듯이 털어낸다. 이를 지도자 세탁(Leader Cleaning)이라고 한다. 동양식 안목으로 보면 너무 심하다고 할 정도로 혹독하게 먼지를 털고 조사(?)하는 자질검증을 하는 것이다.

신이 아닌 이상 흠없는 사람이 없지만 2차대전 이래 지도자 세탁에서 완전무결한 판정을 받은 인물은 하나도 없다. 4년전 퀘일 부통령이 대학생때 월남전 징병기피 전역으로 곤욕을 치렀고 1988년 민주당 후보지명전에 나서 기세를 올리던 게리 하트 전 상원의원이 모델과의 스캔들로 도중 하차했다. 특히나 케네디가의 마지막 황태자인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지난 20여년간 후보 출마를 벼르다가도 여비서를 의문의 사건으로 익사케한 소위 채파퀴딕 사건으로 번번이 뜻을 거둔 것도 언론의 세탁 때문인 것이다. 도덕성과 관련,언론과 여론(국민)이 닉슨 대통령을 사퇴시킨 워터게이트사건의 처리방식은 대표적인 예다. 닉슨은 워터게이트사건에 직접 관련 사실은 없으나 나중 참모들과 이의 은폐를 기도한 것이 들통나 덜미를 잡힌 것.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대통령은 식언과 거짓말을 해서는 안되며 거의 성직자같은 자세를 갖춰야 한다는게 미 국민의 요구요 미국정치의 전통인 것이다.

이제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김영삼 김대중 정주영 박찬종씨 등 각 후보들의 자질과 능력,즉 지도력과 도덕성은 어느 정도일까. 건국이래 역대 통치권자들은 일단 당선된 후에는 선거때의 공약과 약속을 식은죽 먹기로 외면 위약해온 사례가 너무도 많지만 적어도 민주화시대에 들어선 오늘에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여론의 자질심사를 받게끔 해야한다.

즉 각 후보들이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떤 처신을 했으며 국민에게 어떤 식언과 위약을 했는지를 규명하고 아울러 도덕성을 국민이 심사케 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생활에서 정치철학에 이르기까지 후보의 모든 것이 공개돼야 한다. 우리도 이러한 「지도자 세탁」을 통해 국민들이 투표장에 가기전에 이미 세탁 결과를 놓고 마음속으로 찍을 후보를 결정한채 투표소로 가게끔 해야한다.

후보들도 선거때 온갖 과대포장된 공약과 그럴듯한 말로 표를 모으는 시대는 이미 지났음을 깊이 자각하고 허심탄회한 자세로 자기의 모든 무게와 능력과 실체를 국민에게 소상하게 보여주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주권자인 모든 국민은 「지도자 세탁」을 통한 자질심사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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