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발파작업중 토사가 무너져 인부 1명이 숨진 서울 훈정동 지하철 5호선 25공구 시공업체인 임광토건 현장사무소장 책상위에는 서울지하철 건설본부가 지난 12일 보내온 공문 1장이 놓여 있었다.지난 6일 과천선 지하철 낙반사고가 발생한후 국무총리 지시로 일제 안전점검을 실시한 지하철 건설본부가 결함이 발견된 해당 시공업체에 대해 『지적사항을 즉각 보완하라』고 지시한 공문이다.
이 공문을 챙겨본 기자들이 『안전시설 보강공사를 안해서 사고가 난게 아니냐』고 캐묻자 직원들은 『지적받은 문제점은 모두 보완했다』고 어려운 전문용어를 들먹이며 해명했다.
현장직원 하나는 이에 덧붙여 『안전제일주의로 시공을 하라는 지시와 공기를 단축하라는 주문이 번갈아 내려오고 있는게 더 문제』라며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안전시공과 공기단축은 공사현장에서 도저히 함께 달성할 수 없는 「두 마리 토끼」라는 것이다.
안전시설을 제대로 보완했는데도 공기단축을 위해 무리하게 급속 발파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변명하는 현장 직원의 설명을 「면피성 변명」이라고 치부한다 하더라도 공기단축을 위해 불도저식으로 공사를 강행하는데서 파생되는 문제가 최근들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재 서울시가 추진중인 지하철 2기공사 5,7,8호선의 총연장은 96㎞. 여기에 철도청이 시행중인 과천선 분당선 일산선 등을 합치면 1백50㎞에 이른다.
사상 유례없는 대역사를 벌이면서 서울시가 설정한 공기는 93년말.
그러나 5호선(30.2%) 6호선(23.8%) 7호선(22.1%) 모두 3분의 1도 못되는 공사 진척도를 보이는 등 공기내 완공 전망은 극히 어두운 실정이다.
게다가 남은 구간 대부분은 지반이 약한 난공사구간이라 1년6개월이내에 공사를 끝내기는 도저히 불가능한데도 서울시와 건설본부측은 도리어 공기단축까지 종용하고 있다.
업체들은 공기단축 압력을 핑계로 수익을 늘리기 위해 덩달아 급속 공사를 불사하고 있다는게 인부들의 이야기다.
서울시는 또다른 인명피해를 감수하면서도 공기단축을 감행할 것인지 아니면 안전시공을 할 것인지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