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강화로 대선주도권 노려/국정 수행능력 의구심도 해소김영삼 민자당 대표가 19일 비서실 개편을 단행,비서실장과 함께 2특보7보좌역제를 갖춤으로써 대선 고지를 향한 진용정비는 일단락됐다. 후보선출 직후인 5월말부터 비서실 개편구상을 가다듬어온 김 대표가 이날 내보인 인사포석은 자신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정책보좌와 무엇보다 실무역할의 교통정리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당 및 민주산악회 등 공사조직이 득표현장의 첨병역을 맡게 된다면 집권당 후보로서 김 대표의 국정수행능력에 대한 신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비서실의 대폭적인 인적 보강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개편내용이 서열보다 기능분담으로 짜여졌다고 하나 비서실장 외에 정치 및 경제특보와 ▲정무 ▲경제 ▲의전 ▲안보·통일 ▲정책 ▲민원 등 7개 보좌역제를 도입한 것이 적잖은 관심을 끌고 있다. 바꿔말해 조만간 외교와 공보분야의 보좌진도 가세할 것으로 알려져 적어도 모양상으로는 후보체제를 넘어 정권담당체제를 갖추려 했다는 인상을 짙게 풍기는 것이다. 김 대표측은 이같은 진용이 자칫 여론의 화살을 받을 수 있음을 염려한듯 『비서실 기능을 후보체제에 맞게 전문화·체계화한 것일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장기적으로는 강화된 김 대표의 여권내 위상을 현실화하고 당정 일체의 대선체제를 선보여 대선가도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같은 복안 때문에 김 대표는 인선과정에서 상당한 고심을 했다는 후문이며 가급적 각계를 두루 망라한 새 인물을 찾는 노력을 계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당내 화합적 측면과 개편설에 따른 기존 비서실의 동요를 최소화하는 문제 등도 인선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한때 반김 대표 발언으로 불편한 관계였던 김종위의원을 기용하고 방출설에 휘말렸던 홍인길·장학로비서를 공적 서열로 격상시킨 것은 한 예다.
어쨌든 구멍가게식의 사조직으로 운영되며 김 대표의 뒤치다꺼리를 위주로 했던 비서실은 이제 실질적인 정책보좌기능 체계를 갖추고 계통적인 운명을 가능케 하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당직이라는 신분상의 핸디캡과 기능별 업무의 역할분담의 명확성 여부,보좌진내의 조화 등이 시험대로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나 최창윤 비서실장은 『기존 당사무처 관계는 물론 보좌팀내의 혼선이 없도록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다』고 말했다.
아무튼 이번 인사의 초점은 「남의 머리를 빌리는」 진용을 마련,국정 수행능력에 대한 부분적 의구심을 해소시켜 나가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고 요약할 수 있으며 비서실은 앞으로 발족될 대선 기획단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며 사실상의 「싱크탱크군」의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이번 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정치와 경제 전반에 관한 정책자문과 정책건의를 담당케될 두명의 특보를 당외에서 영입한 것이다. 오인환 정치특보는 한국일보 정치부장 시절부터 김 대표와 지연을 갖고 있고 박재윤 경제특보도 서울대 교수로서 이전부터 정책자문팀에서 활동해 왔으나 이번에 아예 비서실로 끌어들였다.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박 특보는 「금융통」으로 이론과 실물 양쪽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특유의 성실함을 김 대표가 높이 평가했다는 얘기다. 관계에도 발이 넓으며 이현재 전 총리,조순 한은총재와도 가깝다.
오 정치특보는 28년 정통언론인의 길을 걸으며 익혀온 순발력과 판단력으로 주로 여론수렴을 통한 정치일반의 자문과 조언역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데 활달하면서도 치밀한 오 특보의 말과 글을 김 대표가 평소 눈여겨 뒀다는 후문이다. 언론계 등 각계의 넓은 지면을 갖고 있는 점도 영입배경으로 꼽힌다.
정무보좌역에 기용된 3선의 김종위의원은 87년 대선때 선대본부장 대변인을 맡고 노태우대통령 취임준비위에서 주요 멤버로 일한 실전경험이 주효했다는 얘기. 김 보좌역은 오 특보와 달리 국회와 대야관계,당정관계 등에서 가교역을 맡게 된다는 설명인데 정책적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뛰어나다는 평. 김 보좌역은 한때 그가 보인 반김 정서때문에 발탁의 장애가 되는듯 했으나 김 대표가 화합차원에서 「OK사인」.
기획원 정책국장 출신으로 91년부터 김 대표의 경제 가정교사역을 맡아온 한이헌 경제보좌역은 김 대표와 경남고 선후배사이. 경제현안에 대한 정례보고와 함께 과학기술쪽의 자문과 경제계와의 교량역을 전담케 될 그는 소탈하면서도 소신파로 정평.
정주연 의전보좌역은 외무부 대변인,남북회담 대표,태국대사 등의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이며 비상한 두뇌는 자타가 공인. 여권 핵심부가 한때 청와대 외교안보 보좌관 기용을 생각할 정도로 능력이 인정되며 여권요로와 김 대표와의 접목역할도 기대된다고. 지난 72년 이후락 정보부장의 평양행에 동행한 기록도 있다.
남주홍 안보통일 보좌역은 정치학 박사로 국방대학 교수를 역임,군사문제에 밝으며 특히 걸프전때 TV에 고정해설자로 출연,첨단무기의 효능과 전황을 상세히 분석해 시청자의 관심을 모은 일화를 갖고 있다.
민주계 당료인 김무성 정책보좌역은 의원국장 출신으로 후보 경선과정에서 사직,추대위 실무총책을 맡았으며 앞으로 당내의 정책팀과 연계,정책개발을 전담케 될 것으로 보며 국회관계에도 관여케될 전망.
홍인길 총무보좌역과 장학로 민원보좌역은 자타가 공인하는 김 대표의 「가신」으로 그동안 비서실에서 궂은 일을 도맡다시피 해왔다. 비서실 전반의 운영을 총괄케 될 홍 보좌역은 김 대표의 신임이 두터워 사자금관리를 줄곧 맡아왔으며 김 대표와는 동향. 또 장 보좌역은 김 대표 개인차원의 민원과 민주산악회 등 주변조직과의 창구역을 담당할 예정. 특히 홍·장 두 보좌역은 업무관계에 앞서 김 대표와 「인간적인 끈」으로 연결돼 있고 그동안 음지에서 고생해와 발탁은 당연하다는 반응들.
○…김 대표 비서실장은 이번 인사로 보좌진이 대폭 늘어나자 집무실 마련과 방배치에도 적잖은 신경이 쓰이는 눈치이다.
대표 비서실은 이미 기존 인력만으로도 포화상태여서 딴 공간을 찾아야 하는데 마땅한 공간이 없다는 것. 또 비서실장,특보,보좌역이 상하개념이 아니라 고유업무 분담체제라고는 하지만 각각 격에 맞는 「예우」가 불가피한게 현실이어서 일단은 김 대표의 하명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 관계자는 『보좌진 방을 일일이 마련하려다 보면 규모가 너무 커 비서실과 당이 2원화 되는 인상을 줄 수 있고 그렇다고 덜렁 책상만 배정할 수도 없어 고민』이라며 『하지만 정작 문제는 초기에 업무를 어떻게 적절히 조정해 잡음없이 김 대표 보좌의 효율성을 기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