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찰청 강력계장은 민생치안의 야전 실무책임자라고 할 수 있다. 수사경찰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맡고 싶어하는 수사경찰의 꽃으로 특별한 하자가 없는한 진급이 보장되는 자리이다.18일 검찰에 구속된 서울 경찰청 강력계장 신만근경정(51)은 그런 자리에서 「특별한 하자」를 저질렀다. 사건 관계자들로부터 구속청탁과 함께 2천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것이다.
신 경정이 뇌물을 받는 동안 그의 부하인 강력계 정덕주경사(57)도 비슷한 액수의 뇌물을 챙기고 있었다.
이들이 뇌물을 받은 과정을 살펴보면 의문과 함께 배신감을 갖게 된다. 신 경정은 형사피의자를 빨리 구속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천2백여만원을 교제비조로 받았다.
앞서 언급한대로 총경승진이 보장된 사람이 「인사를 위한 교제비」 운운하며 돈을 받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 오래전부터 손을 벌리는 버릇이 몸에 배어 별 생각없이 그랬을지도 모른다. 또 「인사를 위한 교제비」가 돈을 받기위한 구실에 불과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경찰 내부에서 실제로 교제비에 필요한 돈이 오가고 있다면 보통 큰 일이 아니다.
함께 구속된 정 경사는 청탁 의뢰인으로부터 수사비조로 돈을 받은뒤 동료들이 보는 앞에서 되돌려주는 척했다가 따로 만나 빼앗다시피 가져가는 내숭까지 떨었다는 소리도 들린다.
신 경정은 2년전 집에 강도가 들었을 때 팬티바람으로 뒤쫓아가 붙잡은 일도 있는 민생치안의 최선봉장이었다. 그런 사람의 수뢰사실은 범죄와의 전쟁에 지치고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면서 격무와 박봉에 시달리는 민생치안 경관들의 사기를 땅에 떨어뜨리고 전체 경찰가족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만 일이었다.
이번 경우는 사건처리가 청탁대로 잘 되지 않아 잡음이 나면서 발각됐지만 말썽만 날 것 같지 않으면 돈을 받고 청부수사를 하는 경찰관이 많을 것이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게 됐다.
신 경정 사건은 생선가게를 지키는 고양이들의 앙큼한 모습을 자꾸 연상하게 만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