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 피격조사 한·미 참여 수용”/KGB공산당 중앙위 「극비철」 조사중/작년 쿠데타때 일부 비밀문서가 유출【워싱턴=정일화특파원】 83년 9월1일 승객·승무원 2백69명과 함께 사할린반도 상공에서 격추된 KAL 007기의 사건 전말이 결국 밝혀지게 됐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17일 미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는 가운데 놀랍게도 KAL 007기 격추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작업을 현재 진행하고 있으며 KGB 비밀서류,공산당 중앙위 서류철 등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사고 비행기에는 맥도널드 하원의원을 비롯한 61명의 미국인도 타고 있었다. 상하 양원 합동연설에 초청받은 러시아 지도자로서는 이런 제의를 할만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KAL 007기 사고내용이 미스터리속으로 점점 빨려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빌 브레들리,에드워드 케네디,샘 넌 등 상원 중진의원들이 그동안 소련 지도자에게 여러번 편지를 보내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해도 아무런 회답이 없었던 것에 비춰보면 옐친의 이 선언은 놀랄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옐친은 이날 하오 백악관에서 부시 미 대통령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KAL 007기 문제에 대해 두가지 사실을 강조했다.
첫째는 이 사건에 관한 중요자료를 찾아냈다는 것이다. KGB가 공산당 중앙위에 보고하는 내용이라는 것인데 그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이 자료를 실마리로 KGB,공산당 중앙위 등의 서류철을 추적할 통로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둘째는 KAL 007기 사건의 추적을 위해 관계국의 참여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아마도 한국,미국,일본 등 관계국의 사고 전문가들이 미군포로 및 실종자위원회의 일원으로 이 추적작업에 참가할 수 있을 것이다.
KAL 007기 격추사건의 가장 큰 의문은 블랙박스가 어디로 갔는가이다. 사고기는 레이더 궤적조사에 의하면 고도 3만5천피트에서 왼쪽 날개에 로켓탄을 맞고 급강하하면서 12분을 비행했다. 지상 5천피트까지 하강한 흔적이 남아있다.
거대한 보잉 747기가 3만5천피트에서 지상 5천피트까지 12분간 하강비행을 했다면 수면에 적어도 산산조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는 착륙할 수 있다는 가정을 성립시킨다.
그런데 소련은 지금까지 태평양 한복판에 떨어져도 자체 발신음에 의해 회수가 가능하다는 블랙박스의 회수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으며,그 거대한 동체의 발견여부도 말하고 있지 않다.
또한 2백69명이나 되는 탑승자의 유해에 대해서도 말이 없다.
지금까지 일본 왓카나이해변 등에서 회수한 유품들은 10구이내의 시체조각들과 약간의 기체파편 뿐이다.
전 소련군 장교였고 현재는 소련 집단수용소 실태를 주로 파헤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 소련연구소의 아브라함 플린 박사는 자체 정보의 결과라면서 소련은 KAL 007기 격추당시 비교적 안전하게 수면에 내린 KAL 007기의 탑승원 상당수와 블랙박스를 포함한 기체 주요부품을 비상선에 옮겨 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이송된 탑승원 상당수가 아직도 러시아변경의 강제수용소에 억류돼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과 관련하여 지난 90년부터 미 상원 정부위의장 빌 브래들리 의원과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샘 넌 상원의원 등은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셰바르드나제 당시 외무장관 앞으로 여러차례 서신을 보내 KAL 007기 진상을 밝혀달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소련은 묵묵부답이었다.
자료가 찾아지면 소련이 왜 민간항공기를 격추했는지,누가 격추명령 책임자인지와 그리고 무엇보다도 생존자가 있는지 등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