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교통경찰관보다 교통의경이 더 무섭다는 것이다. 교통의경에게는 도대체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걸어다니는 로봇이라고 불평하는 운전자마저 봤다.운전자들이 「안통한다」고 하는 말은 무슨 뒷거래를 해서 묵인받을 수 있다는 나쁜 의미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의경들이 하는 교통단속은 법규만을 내세워 경미한 위반을 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나 사정을 조금도 참작해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걸렸다하면 법칙금 납부통지서(스티커)부터 뗀다는 불평의 소리인 것이다.
그런데 「별난 교통의경」을 만난 적이 있다. 3주전쯤이다. 강남 성모병원 앞 네거리에서 강북쪽으로 오기위해 잠수교남단 차도고가 육교를 타고 오다가 잠수교로 직진하지 않고,반포대교를 타기위해 육교가 끝나서 5m쯤 오다가 차선을 바꿨다. 대교남단 신호정지선에 다다랐는데 교통순경이 나타나 차를 단속지점으로 빼란다. 시키는대로 했다. 면허증을 내라더니 스티커를 뗄 차비를 한다. 명찰을 보니 「의경 아무개」다.
경찰보다 무섭다고 익히 들었던 「의경」에 걸려든 것이다. 내가 무얼 「잘못했소」했더니,거기서는 「직진밖에 안된다」는 설명이다. 면허증을 내주면서 내가 위반한 지점에 「직진만 해야한다」는 표지가 불분명하니,다른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표지를 분명히 하라」고 한마디했다.
그리고 「교통의경」이 떼준 노란쪽지를 보지도 않고 받아넣고 회사 사무실에 왔다. 꺼내보니 빨간글씨로 「지도장」이라 인쇄돼 있고 『이번에 한하여 지도·경고하니 다시 위반하지 않도록 주의하기 바란다』는 내용이다.
기분이 참 묘했다. 말귀를 알아듣는 「교통의경」이 언제부터 생겨났는가. 「지도장」제는 또 무엇인가. 범칙금 몇만원을 물지않은 것 때문이 아니다.
우리 교통경찰관에게 언제부터 이런 재량권한이 주어졌다는 것인가. 그 「교통의경」의 사람좋음 때문일까.
하도 신기하고 이상해 경찰에 전화를 해봤다. 대답인즉,서울 경찰청에서 사고원인이 되지 않는 가벼운 교통법규위반은 현장상황을 참작해 처벌이 아닌 계도로,질서의식과 준법정신을 자율적으로 높이고 단속을 위한 단속을 한다는 교통경찰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씻어주기 위해 「지도장」제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25일부터란다.
근 8개월여 동안에 65만8천여건을 스티커 대신 「지도장」으로 처리해 운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이인섭청장이 직접낸 아이디어라고 한다. 충남 결창청이 뒤따라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히 교통단속행정의 진일보가 아닐 수 없다. 평가할만한 제도이다.
선진국들의 교통법규를 보면 지극히 엄하고 까다롭다. 하지만 집행하는 교통경찰관에게 재량권이 주어진다. 교통법규는 생활법이다. 상황과 사정이 법규를 위반하게도 하고 공로시설물이 잘못돼있어 법규를 위반하게도 한다.
이때 판단을 해야하는 주체는 사람 즉 교통경찰관이어야 한다. 교통법규가 할 수 없는 것이다. 하찮은 위반자에게까지 법칙금을 물리는 처벌은 반발심리만을 부추길 뿐이다. 교통경찰을 미워하고 불신하게 된 큰 원인이 되기도 했다.
서울 경찰청이 도입한 「지도장」제는 그런 요인을 없애주며 경직된 교통법규를 인간화하자는 것 같아 보여 신선하고 산뜻한 감까지 준다. 교통문화 정착은 단속만으로는 안된다. 운전자들의 자율정신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 자율성을 높여주는 「지도장」제를 전국적으로 실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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