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법과현실 고리… “뇌사인정” 고심/환자에 새 삶 부여 옹호입장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법과현실 고리… “뇌사인정” 고심/환자에 새 삶 부여 옹호입장에

입력
1992.06.19 00:00
0 0

◎“명백한 살인” 법리상 해석맞서/당장 입법은 난관… 전향적 검토추세 “주목”우리나라는 아직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의사가 뇌사상태의 환자를 사망으로 인정,장기를 떼어내면 법률상 살인행위가 된다.

그러나 뇌사를 인정,장기이식수술을 한 의사들이 실제로 법의 처벌을 받지는 않고있다. 이같은 법과 현실의 차이는 우리사회가 심장이 멎어야 죽음으로 인정하는 전통적·법적 죽음관 못지않게 장기이식에 따른 질병의 치유라는 의학적 판단을 중요시 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보사부는 이러한 모순된 실정을 감안,뇌사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하지만 입법추진 의지는 아직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보사부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에 용역비를 반영,각국의 실태를 조사하고 연령·계층별 여론조사를 수차례 할 계획』이라며 당장에 입법을 추진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뇌사입법에 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널리,고르게 형성됐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여진다.

보사부는 17일 서울 중앙병원 일반외과 한덕종 박사팀의 뇌사자 장기이식 수술에 대해서도 『병원측에 경위서를 보내달라고 요구했다』며 『검찰이 법 적용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이번 이식수술 역시 국민들이 뇌사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서울 백병원 이혁상교수의 뇌사전 간이식 수술때와 마찬가지 태도다.

몇년전부터 뇌사인정문제가 여론의 심판대위에 오른만큼 당분간 국민의 정서변화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우리사회 뿐만 아니라 세계의 통념으로 인정돼온 심장사라는 죽음의 정의는 지난 67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외과의사 크리스천버나드박사가 인류 최초로 뇌사자 심장을 떼내 심장질환자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함으로써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어 68년 제22차 세계의학협회총회에서 「사망시기의 결정과 장기이식에 관해 뇌사를 신중히 고려하자」는 이른바 시드니선언이 채택되면서 세계각국이 앞다퉈 뇌사를 사망기준으로 삼았다.

우리나라는 88년 3월 서울대 김수태교수(일반외과)팀이 뇌사환자의 간을 이식했으나 당시엔 국내 첫 간이식이라는데 관심이 모아졌으며 같은해 11월 대한의학협회가 뇌사연구위원회를 만들어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가면서 논의가 일기 시작했다.

뇌사논쟁이 가열된 것은 90년 2월 한림대부속 강동성심병원 한덕종박사팀이 뇌사상태환자의 신장을 이식하면서 부터.

이에대해 보사부는 『의사들이 마음대로 뇌사를 인정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며 중대한 사회문제』라고 지적,『뇌사인정행위가 확인되면 의사를 살인혐의로 고발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당시의 한 박사는 이번 서울 중앙병원 이식수술을 한 사람이며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2년여 사이에 보사부의 태도로 놀랄만큼 바뀐것이라 볼 수 있다.

이어 91년1월 의협은 뇌사를 인정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마련,보사부에 냈다. 의협은 개정안 18조에 「사망의 정의」를 새로 두어 「사망이란 심장·폐기능의 불가역적 정지,또는 뇌간을 포함한 전뇌기능의 불가역 소실을 사망이라 한다」고 뇌사를 인정했다.

의협은 뇌사는 식물인간상태와는 달리 소생이 불가능하고 뇌사상태에서 심장사까지는 길어야 2주정도에 지나지 않기때문에 이 기간동안 살아있는 장기를 기다리는 각종 질환자에게 이식시켜 더 많은 생명을 살리자는 것이다. 또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해 환자가족의 정신적·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자는 주장도 펴고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뿌리깊은 유교사상,뇌사인정에 따른 부작용의 우려,법해석 차이 등은 뇌사인정입법을 가로막고 있다.<손태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