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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기계화 「남북통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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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기계화 「남북통일」(사설)

입력
1992.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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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상호 핵사찰 기피로 남북관계의 흐름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이때 남북한이 한글의 로마자표기 통일 원칙에 합의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번의 합의는 장차 통일에 대비,남북간 문화의 이질감을 극복하는 첫 시도일 뿐더러 무역업무 통신 한글전산화 및 한국관계 연구에 있어 많은 기여를 하게된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크다.지난 1987년 5월 남북한이 첫 절충을 시작한후 5년만에 일단 원칙적인 매듭을 지은 이번 로마자표기 방식은 실효성과 경제성면에서 결코 최상의 방안이라고는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이번 합의결과를 보면서 우리는 몇가지 아쉬움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첫번째 아쉬움은 남북한의 대표구성이다. 당초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요구로 시작된 단일화 작업이지만 이 문제는 내부적으로도 교육과 생활 등에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니 만큼 양측의 한글전문학자들의 절충에 맡겼어야 했다.

즉 어문학자들이 주 대표로 공동연구 검토를 맡고 정부 당국자들은 부대표 내지 보조역할만을 맡았어야 했다.

다음으로 우리 내부의 문제다. 남쪽은 지난 84년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에 대비하여 개정된 국어 로마자표기안을 채택하여 전국의 도로표지판 지도교과서 각종 사적지의 안내문과 홍보서적 등에서 사용해왔었다. 그 표기원칙은 구미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매큔이라샤워 표기원칙을 대부분 수용했었다. 당시 개정때 모음의 경우 ㅓ→□ ㅡ→□ 등으로 돼있었고 북한 역시 지금까지 협상서 이를 고집해오던 것을 ISO 규정상 부호(어포스트러피)의 사용을 금하고 있어 이번 단일안에서는 과거와 같이 ㅓ→EO ㅡ→EU로 환원된 것이다.

협상의 상대가 있다지만 국제적 원칙도 그렇거니와 앞을 내다보는 안목이 이럴 수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끝으로 지난 5년간 대북협상 기간동안 우리안을 갖고 가기전에 전문학자와 각부처 관계자들의 검토와 자문을 심도있게 거쳤는가 하는 점이다.

그 때나마 내용을 널리 알리고 또 공청회 세미나 등을 열어 전문가와 각계의 여론을 수렴했어야 했다. 과거 문교부때부터 있던 국립국어연구원과 국어심의회서나마 과연 얼마나 깊이있게 검토를 했는지 궁금하지 짝이 없다.

어치구니 없는 것은 일부 당국자의 말이다. 즉 이것이 ISO에서 채택 발효되기까지 1년의 기간이 있고 또 후에 변경도 가능하며 국내에서 현재 사용중인 로마자 표기방식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한심한 코멘트다. 일단 발효되면 국제사회에서 통용될 원칙을 어떻게 쉽게 변경할 수 있는가. 또 날로 국제화가 촉진되는 이때 어떻게 국내에 영향이 없겠는가. 국내따로 국제표기따로의 이원화를 추구할 경우 어떤 엄청난 혼란과 혼선이 올 것인지 생각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일단 단일안이 마련된 이상 당국은 뒤늦게라도 전문학자들과 각계의 의견을 들어 혹시 문제점 미비점이 있을 경우 북한을 설득,바로잡도록 보완해야 할 것이다. 그런 후에 단일화 표기로 교과서 도료표지 지도 안내책자 등을 국민적 큰 부담을 극소화하는 선에서 점차로 바꿔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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