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O 요청… 5년간 5차례 회담끝 결실/한글 전산화·무역업무 등에 큰 효과 기대【파리=한기봉특파원】 남북한이 17일 한글의 로마자 표기법에 관해 합의함에 따라 국제적으로 혼란이 있었던 한글의 로마자 표기방식이 통일되게 됐다.
남북한은 지난 85년 유엔전문기구인 ISO(국제표준화기구)의 요청에 따라 87년부터 한글을 로마자(알파벳)로 옮겨적는 방식을 놓고 4차례 회담을 가져왔으나 단일안 마련에 합의를 이루지 못했었다.
ISO는 한글을 포함,로마자를 쓰지 않는 일본이 아랍어 중국어 태국어 히브리어 등을 로마자로 표기하는 방법을 표준화시켜 세계 가국이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국제규격제정 작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남북한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경우는 표준화작업에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똑같은 문자를 사용하는 남북한의 경우에는 사전에 당사자간의 합의,즉 단일안 마련이 필요했다.
이번에 남북한이 단일안 마련에 합의함으로써 경제·산업적 측면은 물론 통일시대를 대비한 남북의 어문정책 측면에서도 큰 효과가 기대된다.
남북은 그동안 한글의 로마자 표기를 달리함에 따라 국제적으로 무역업무와 전산화 작업·통신·한국학 연구 등에서 혼란이 있어왔다.
이번에 합의된 단일안은 발음나는대로 표기하는 전사법 방식이 아니라 한글자모와 알파벳을 1대 1로 대응시켜 표기하는 전자법 방식이다. 이는 ISO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 전산화를 위한 경제성·논리성 등이 우선 고려된 방식이다.
이에 따라 남북한은 앞으로 국내 절차를 거쳐 우선 지명·인명 등 고유명사표기를 표준원칙에 준해 통일시켜야 할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ISO의 표준원칙은 권장사항으로서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국제화시대의 일원으로서 이 원칙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도로표지판 등은 발음대로 표기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교체와 수정에 따른 혼란과 엄청난 경비소요가 문제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ISO의 표준안은 문자의 발음보다는 교역과 컴퓨터 텔렉스 등 통신관련 업무 등에서의 경제성을 우선하고 있어 우리가 익숙한 영문자의 관점에서 볼 때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도 문제이다.
이 원칙에 따를 경우 앞으로 이씨는 「LEE」 또는 「YI」 등이 아닌 「I」로 표기해야 하며 정씨는 「CEONG」으로 적어야 한다.
북한은 그동안 단일안 마련이 시급하지 않다는 소극적 입장을 보여온 반면 우리측은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한글의 로마자표기 원칙이 국제적으로 조속히 공인돼야 한다는 자세였다.
이번에 합의된 단일안은 ISO와의 협의를 거쳐 내년 5월 ISO 총회에서 공인될 예정이다.
한편 로마자 등 외래어의 한글표기는 내부적 문제로 ISO와는 무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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