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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 「21세기 위상」 높일때”(대학을 살리자: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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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 「21세기 위상」 높일때”(대학을 살리자:16)

입력
1992.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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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연구등 「산학공조체제」 확대/기업은 지원확대 학교는 실습 강화/상호 정보·고급두뇌 교류도 박차를/정부선 「회사 출연금」에 세제혜택등 도움책 강구해야지난달 29일 서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는 전국 공과대학장협의회가 주최한 「공학교육의 위기와 대책」이란 주제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삼성전자 윤종룡사장은 이 자리에서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신입사원들이 전자공학의 기초인 트랜지스터라디오의 회로조차 분석할줄 모른다』며 『연구개발에 분초를 다투며 이들을 기초부터 재교육하느라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윤 사장의 고충은 바로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현실이며 산학협동의 현주소이다.

세계경제가 정보교류·기술이전 등을 기피하며 「과학기술의 전쟁」으로 치달으면서 대학의 연구인력과 기업의 자본·시설은 접목시켜 발전의 동력을 배가시키는 산학협동의 중요성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그러나 60년대말부터 정부 대학이 삼위일체가 되는 산학협동을 외쳐왔으나 아직도 구두선에 불과한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젝트 명문치중

대학은 기업에 대해 연구 개발의지 결핍과 인색한 지원을,기업은 대학의 연구여건 미비와 공허한 이론지향적 자세를 서로 비판하며 협동부재의 책임을 전가해왔다. 최근 국내 한 대기업이 자체조사한 바에 의하면 미국의 기업들은 연간 매출액의 약 20%를 연구개발비에 재투자하고 있는 반면 국내기업들은 최고가 2%에도 못 미치고 있으며 이중 대학 및 각 연구소와의 협력프로그램에 의해 진행되는 연구프로젝트는 전체 연구건수의 3%에 불과하다.

현재 국내 박사급 연구인력 1만3천4백여명은 대학에 78.2%,각 연구소에 17.3%,기업에 4.5%씩 분포돼 있으나 연구개발비는 대학 9.9%,연구소 20.5%,기업 69.6%로 연구인력과 연구비의 분포에 있어 괴리가 심하다.

이같은 수치는 대학의 연구인력과 기업의 연구자본이 전혀 손을 잡지 못하는 산학의 불협화음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것이다.

대학과 기업은 산학협동에 대한 인식부터 달리하고 있다.

대학측은 『오늘날 기업들의 성장은 결국 대학에서 훈련된 고급 두뇌들의 노력에서 비롯됐으므로 기업은 장기적 투자안목과 부의 사회환원,대학에 대한 대가 지불의 차원에서 과감한 투자를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업측은 『대학의 순수이론적 연구태도,열악한 교수 및 시설여건,산업현장을 배타시하는 교과체계 등이 기업의 대학투자를 가로막는다』며 투자를 유치할 여건부터 대학이 서둘러 조성하라고 맞선다.

실제로 산학협동의 관건인 「돈줄」을 쥐고 있는 기업측의 대학에 대한 불신은 상당히 깊다. 90년 한국과학재단이 국내 58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대학의 연구능력에 대해 20%가 불신하고 있으며 45%는 대학보다 자사의 연구능력이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다.

통상적 의미의 산학협동은 ▲위탁과제에 의한 기업의 연구비 지급 ▲상호인력 교류 및 공동연구 ▲기업의 무조건적 자금·시설지원 등 3가지로 구분된다.

위탁과제에 의한 산학 협동은 전반적으로 저조하고 활성화되고 있는 일부 대학의 경우도 분야가 편중돼 있다. 외부연구비가 가장 많다는 서울대 공대의 경우 90년과 91년 전체 외부연구비중 정부 및 국책연구기관 출연금이 60%를 넘는 반면 산업체가 제공한 연구비는 25%와 36%에 지나지 않았다. 연세대가 지난해 외부로부터 받은 연구비 1백10억원중 기업체가 내놓은 연구비는 35억여원에 불과했다.

그래도 서울대 등은 기업연구프로젝트를 구경조차 못하는 군소대학에 비하면 행복한 편이다. 최근 일부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기업­대학간 공동연구의 효율적 분업체계가 시도되고 있다.

○일부대선 좋은 결실

지난해말 연세대 반도체 설계공동연구소(소장 이문기·전자공학)는 전국 20여개 대학 전자공학관련 교수들과 삼성 금성 현대 등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반도체 설계·생산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산학협동의 새 전기를 마련했다.

반도체칩의 설계는 대학이,제작은 기업이 각각 맡아 비용절감과 품질향상 등의 효과를 보고 있다.

한편 대학­기업간 인적협력은 인턴십제도,산업인력의 대학내 위탁교육 등으로 일부에서 시도되고 있다. 지난해 고려대는 2∼4학년 학생들의 방학중 기업체 현장실습을 학점화하는 인턴십과 목을 개설했다.

기업의 자발적인 시설·자금 지원을 일부기업과 대학간에만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15개 재벌기업들은 9백여억원 규모의 대학지원기금을 마련,전국 15개 우수공과대학에 3년에 걸쳐 제공키로 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3백억원) 연세대 고려대(각 50억원) 서강대(35억원) 등이 혜택을 보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이와는 별도로 자체 대학발전기금 1백20억여원을 확보했으며 한전 대우 삼성 등 20여개 업체의 지원을 받아 신소재공동연구소·자동화시스템 공동연구소 등 6개 연구소를 공대에 신설했다.

산학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산학연 공조체제를 제대로 갖춘 대학은 포항공대가 유일하다. 포항공대와 이 대학 산업과학기술연구소는 매년 포철로부터 1천억원 가량의 연구비 및 시설지원을 받고 있다. 대학의 교수·대학원생과 연구소 연구원들이 상호교류,현장경험을 통해 기업에 필요한 연구과제를 제공하고 있다.

서강대 이공대 변종서학장은 『기업이 대학에 투자하면 단기적 결실은 없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바로 기업자신의 이득이 될 것』이라며 『공학 등 응용과학뿐 아니라 기초이학 분야에도 인내심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기업의 대학지원도 일부 상위권 대학에만 한정되고 있다.

중앙대 공대 윤병도학장은 『현재의 산학협동은 국가적 차원의 과학기술발전정책이라기 보다는 대기업과 세칭 일류대학간의 교류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해마다 대기업 취업자중 중위권대 출신이 늘고 있는 것을 기업은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숭실대 공대 심수보학장도 『일부 대학에만 편중되고 있는 기업의 지원금은 결국 균등한 기술발전을 가로막아 대학간 불평등심화와 빈익빈 부익부현상을 초래하고 있다』며 『투자의 기준을 교수 개개인의 특화된 연구능력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산학협동을 보는 기업측의 견해는 다르다. 모재벌 기업체의 중견간부는 『투자와 지원은 단순한 선심이 아니라 비용과 이익의 합리적 계산에 따라 이루어 진다』며 『보다 우수한 결실이 보장되는 대학에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권욱현교수(제어계측)는 산학협동의 문제점으로 대학측은 연구시설과 기술개발에 관한 인센티브 등이 부족하고 산업계는 투자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다 대기업 등도 기술정보 유출을 꺼려 위탁연구를 기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공부 한덕수 산업정책국장은 『대학은 산업계의 실용적 기술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전공위주의 폐쇄적 교과운영을 탈피해야 하며 기업도 기술의 해외의존의식에서 벗어나 기술정보를 공개하고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실습 의무화를

서울대 자연대 권숙일학장은 『대학이 연구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기업도 거시적 안목으로 투자해야만 산학협동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도 기업과 대학의 문제로만 방관할 것이 아니라,기업의 대학지원금에 대한 세제혜택,산학협력을 위한 제도와 법령마련,대학지원 정책개발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2차대전 직후부터 전국토를 8개 산학협동권역으로 세분화,고등학교부터 지역특성에 맞는 협력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며,대부분의 공과대학에서 현장실습을 의무화하고 있다.

영국은 1878년 세계최초로 브리스톨대에서 이른바 「샌드위치시스템」이라는 현장실습 교과과정을 설치,오늘날까지 운영하고 있다. 현장실습에 의한 학위수여율이 전체 공대 졸업생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또한 지난 59년 「산학연계법」을 제정,대학생들의 여름방학중 산업체 실습을 제도화하고 있으며 산업체 종사 기술인력을 2년간 대학에 위탁,재교육을 시키고 있다.

◎학교·기업의 의견/대학 인재교육 내실위해 좀더 투자를

대학측은 열악한 자본·기술환경속에서도 비약적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은 대학의 우수인력 이었다고 주장한다. 이에따라 기업의 장기적 이익추구뿐 아니라 부의 사회적 환원차원에서도 산학협동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포항공대 김호길학장은 『대다수 기업인들은 대학교육은 국가나 재단·학부모만이 부담해야하며 기업은 길러진 인력을 소화하기만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지금까지 인적자원을 「무임승차」식으로 확보해온 기업들은 이제부터라도 인재교육과 과학육성의 책임의식을 갖고 산학협동에 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연세대 공대 박규태학장은 『앞으로 기업생존의 열쇠가 될 과학기술의 혁신은 대학연구실과 실험실의 활성화여부에 달려있다』고 단언했다. 박 학장은 산학협력체제의 올바른 구축을 위해 ▲대학교육의 여건시장과 내실화를 위한 기업의 자금 및 시설지원 ▲대학인력과 기업인력간의 정기교류 ▲기업자체 예산에서의 연구개발비 비중확대 등을 꼽았다.

건국대 송희영 기획처장은 『최근 기업의 대학지원과 정부의 이공계 보조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세칭 명문대 몇개학과에만 집중될뿐 대부분의 대학들이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전 대학의 균등한 수준향상을 위해 기업은 중위권 대학에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한다』고 말했다.

◎학교·기업의 의견/이론위주 교과과정 과감히 개선을

대다수 기업들은 대학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 연구여건이 조성돼 있지 못하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삼성전자 윤종룡사장은 『정부의 과학기술예산은 90% 이상이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집중되고 있어 대학은 효율적인 기술개발과 정보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특히 『시설·기자재의 절대부족과 기존설비의 노후화가 대학의 연구개발능력을 뒷걸음질 치게 한다』고 지적,『급변하는 국제기술동향을 반영하지 못하는 교과과정도 시급히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진그룹 허진규회장은 『대학의 이론적 순수학문 중심의 교육과 사고는 기업측의 이윤추구 경향과 응용과학기술선호에 대해 배타성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며 『과학기술발전의 양대 축으로 대학과 기업이 공존키 위해서는 대학에서도 순수이론뿐 아니라 기술적 응용력·창의력·직업정신 등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곽병진이사는 『대학 출신의 고급인력이 대기업에만 몰리는 것은 국가경제의 뿌리인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부족탓』이라며 『우수한 두뇌들이 중소기업을 찾을 수 있도록 대학과의 연계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반

설희관차장·유승우·김철훈·고태성·남대희·이성철·이태희기자(사회부)

왕태석기자(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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